악양루의 마지막 사진들이다.
비스듬히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날렵한 용마루 너머로 희미하게나마 동정호 안의 군산도가 눈에 들어온다.
한 무리의 단체여행객들이 악양루 마당에 들어서자 한적하던 이곳이 갑자기 북적댄다.
언제 다시 오랴는 생각에 보고 또 보는 동정호.
여긴 시내쪽.
다음 여행지가 황학루가 있는 무한인데,
여기 악양루 천정에도 많은 학들이 춤을 추고 있다.
청와정.
옆에서 본 악양루.
강가의 맑은 바람.
악양루에서 나와 가던 방향으로 조금 더 가 보기로 한다.
취선정이란 이름의 정자가 하나 있다.
솔깃해서 들어가보니 술은 없고 이런 그림만이 걸려 있다.
세 가지로 취한다는 뜻인가? 세 사람의 취한 신선이란 뜻인가?
삼취정.
곳곳에 정자와 누각들이다.
선매정.
악양루 뒷편.
온갖 성들의 조상을 모신 곳이다.
호기심으로 들어갔더니 나의 성은 없단다.
기념품 판매점.
대부분 사람들의 소망인 복록과 장수, 경사스런 일.
한말 삼국시기 오나라 장수 주유의 부인이었던 소교의 흔적이 이곳에 있다고 한다.
소교의 소교를 닮은? 여인이 걸어나온다.
안휘성 출신으로, 언니는 오나라 왕인 손책의 부인, 동생은 오나라 장수 주유의 부인.
소교의 사당?
바로 곁에는 소교의 무덤도 있다.
소교묘.
삼취정이 있었는데, 여기는 또 취선각이다.
술과 시로 신선이 된 여동빈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
취선각.
시를 읊으며 동정호를 날아서 신선이 되었다는 여동빈을 기리는 사당.
가끔씩 생각이 든다.
세상, 인간사를 초탈한 신선의 경지에 들고 싶다는 생각.
과연 가능한 일일까?
사당 내부.
여동빈은 당나라 말기, 오대 시기의 도사로, 이곳 악양 사람인데, 다음에 찾아갈 무한의 황학루의 전설의 황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신선이 바로 여동빈이라고 한다.
평생을 순양검법으로 협의를 행하였으며, 일본도가학자들이 그를 민중도교의 시조라고 한다고 하고 있다.
동정호반에 살던 악양 사람이 어쩌다 호북성의 장강변 주막으로 술을 마시러 갔을까?
중국의 전설 중에 "팔선과해" 여덟 명의 신선이 바다를 건너 갔다고 하는데,
모두 어디로 갔을까? 우리 나라로 왔을까?
살기 좋은 한반도에 터를 잡았을까?
언젠가 산동성 연대에 갔을 때 바닷가에 봉래각이 있는데, 거기에도 이 전설과 관련이 있다고 했었는데, 역대로 팔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고 한다.
여동빈까지 포함시킬 정도라면 상당히 후에 추가된 전설일 가능성이 높다.
너무 오래 머물렀다.
이제 항학루를 찾아 무한으로 가야할 시간이 가까와지고 있다.
그런데 또 시비가 발길을 잡는다.
두보의 <등악양루>
궂은 날씨에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악양루의 한적한 분위기를 한껏 즐기다가, 차 시간에 맞춰 악양루를 빠져나와 무한으로 가기 위해 악양동역으로 향했다.
악양루, 그렇게 가보고 싶어했던 곳,
대학시절에 두보의 시를 접했으니, 정말 오래도 전에 동정호와 악양루에 대해 소문을 듣고서,
이제서야 악양루에 올라서 동정호를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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