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무렵이다.
남경철도대 국제교류처장으로부터 몇 차례 전화가 왔었다.
12월 30일, 한국교통대학생 연수단이 자기네 학교에 오는데, 참석해달라는 부탁의 내용으로.
그런데 나는 일찌감치 상해의 외탄에서 있는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를 구경할 계획을 했었는데,
그것 때문에 대답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에는 30일 오후에 갔다가 31일 오전 행사 참여 후 바로 상해로 돌아와서 외탄으로 가기로 하고, 일정과 함께 가겠다고 연락을 했다.
그래서 여행도 아닌 갑작스런 출장격으로 남경을 다시 찾게 되었다.
남경은 2002년인간 2003년 지독히도 덥던 여름에 여행을 했었고, 2012년 6월에 업무 차 2박3일 업무 겸 여행을 했었으니, 이번에 벌써 횟수로는 세번째가 된다.
남경은 홍챠오에서 가는 기차도 있고, 상해역에서 가는 것도 있는데, 집과의 거리 때문에 상해역으로 가서 표를 끊었다.
이전과는 달리 고속철을 타니 한 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도착하여 마중 나온 국제교류처 직원의 안내에 따라 먼저 손문 선생의 영구가 안치되어 있는 중산릉을 찾았다.
2012년에는 마침 휴관일이라 들어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도 휴관이란다.
월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 걸 남경이 고향인 그 직원도 몰랐다고 한다.
나는 첫 남경여행 때 이곳 계단을 오르느라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들어가지 않는 게 오히려 반가울 정도다.
그래서 지난 번처럼 부근에 있는 명태조 주원장의 무덤인 효릉을 찾았다.
명나라는 비록 남경에서 건국했지만 성조 때부터인가 북경으로 수도를 옮겼기 때문에 이후 명나라 임금은 북경의 명십삼릉이란 이름으로 몰려 있다.
저 건물 뒷편 산이 효릉이다.
바로 이 산이 명태조의 무덤이다.
그런데 한자인 명자의 오른쪽 부수는 분명 날일자(日)이어야 하건만 눈목자(目)다.
왜 그런지 첨 왔을 때 설명을 들은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 남경 토박이라고 하는 국제교류처 직원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보는 것도 처음 봤다고 한다. 토박이 맞나 싶다.
이 참에 궁금증을 아예 해소하고 가자.
명자의 날일자를 눈목자로 쓴 경우는 여기뿐이 아니다. 사천성 성도(成都)의 제갈량 사당인 무후사(武侯祠)의 현판 “明良千古”의 명자도 이와 같으며, 신도(新都)의 보광사(宝光寺)의 “光明世界”란 편액도 마찬가지, 또한 제남(济南)의 호수인 “大明湖”도 같은 경우에 속한다. 이렇다 보니 단순한 실수가 아닌 게 분명하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될 수 있다. 하나는 서법상의 한 방법일 수 있으며, 또 하나는 청대인들이 문자옥을 두려워한 나머지 고의로 명나라의 명자를 피하기 위해서 쓴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외에 또다른 설명으로는 밝다는 의미에서 나아가 사람, 사물을 통찰하는 혜안을 갖춘다는 의미에서 일부러 눈목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무후사의 현판인 경우가 이에 속한다고 하겠다.
잠시 구경하고 다시 빠져 나온다.
널찍한 신도.
동지를 갓 지난 겨울해는 너무나 짧다.
저녁을 먹기 위해 부자묘 앞의 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오늘의 메뉴는 남경의 간식 맛보기.
차주전자 바로 오른쪽의 것은 오리피탕.
취두부라고 하는데,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거부감 또한 전혀 없다.
음료는 뭐 드실래요 묻길래 백주 한 잔 할까요 하니,
운전기사와 쑥덕쑥덕 하더니 결국 끝까지 술은 아예 상에 오르지 않고 팥물만 마시게 한다.
2012년에도 느낀 것인데 남경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지 않나 보다. ㅠㅠ
식사를 끝내고 부자묘 앞의 진회하에 배를 탔다.
당나라 말기 저명 시인 두목(杜牧)의 시로서 유명해진 물줄기라고 할까.
(밤에) 진회에 묵으며, <(夜)泊秦淮>
안개는 찬강물위에 자욱하고 달빛은 모래 위에 자욱한데,烟笼寒水月笼沙,
밤중에 진회에 묵으니 주막이 가깝구나.夜泊秦淮近酒家。
기생들은 나라 망하는 줄도 모른 채,商女不知亡国恨,
강을 사이에 두고 망국의 노래인 후정화를 불러대네.隔江犹唱后庭花。
지금도 주변은 온통 숙박업소와 식당들이다.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어째 썰렁한 느낌이다.
장강 북쪽에 자리잡은 학교 부근의 호텔로 안내 받아 들어갔는데, 주변이 완전히 칠흑 같다.
이런 외딴 곳에 호텔이 있다니.
다음날 아침 모처럼 만난 반가운 사람들도 만나고.
중국학생, 한국학생이 함께 멘토 멘티가 되어 2주를 남경에서 보내게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주말 휴일도 없이 어학과 문화체험의 알찬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비록 짧은 연수기간이지만 이 기간이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입학식을 마치고 현관에 나와 단체 기념사진.
어째 사진이 뒤바뀌어 있나.
입학식 직전.
자리 옆이 남경철도대 총장, 서서 명함을 교환하고 있는 사람은 강소성 교육부 국제교류부처장, 앞으로 좋은 인연으로 발전시켜 봅시다.
식을 마치고 교내 식당에서 오찬.
총장 우측 분은 부총장.
남경철도대학 도서관.
중국대학은 아직 종강하지 않았다.
대개는 1월 10일 전후 방학에 들어간다.
구내식당.
식사를 마치고 학교에서 배정해준 차로 남경역으로 향한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가기 위해 장강대교를 지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장강. 양자강.
남경역.
2002년에는 임시역청사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10여 년만에 이렇게 바뀌었다.
역 앞이 큰 호수가 있어 경치가 그만이다.
날씨까지 청명하여 아니 유람할 수 있으랴.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남경여행.
상해로 돌아와 집에 짐을 가져다 두고, 밤 추위를 대비해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다시 외탄으로 향하는데, 2호선 남경동로역은 8시부터 폐쇄라고 한다. 다행히 폐쇄되기 전이라 무사히 내려 외탄으로 향하는데, 이건 인파라고 하기보다 사람들이 모두 한덩이가 되어 움직이는 듯 하다. 외탄으로 오르는 길은 거의 압사되기 직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12시까지 버티나.
도저히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외탄을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빠져나오는 것은 더 어렵다.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그리고 난징루로 건너가는 길이 모두 바리케이터로 차단되어 있다.
빠져 나오기 위해 인파에 휩쓸려 다니길 무려 한 시간 이상, 억지로 빠져 나와 부근 식당에서 제야의 만찬을 가졌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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