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설날이다.
고향집에서는 지금쯤 대소가를 다니며 차례를 지내고 있을 것인데,
어쩌다 보니, 타국에서 혼자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사는 곳이 시 외곽지라서 그런지 설날이 가까와져도 도무지 설날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던데,
주변에 다니는 사람이 좀 줄어든 것이나, 문 닫은 가게가 많이 보이는 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설연휴 첫날인 어제는 낮에 난징루와 와이탄으로 나가 보았다.
날씨는 너무 따뜻하여 마치 초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였으며,
난징루에 들어서자 나들이나온 사람들로 엄청 붐비었다.
와이탄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휴일 때와 마찬가지다. 단체여행객 대신 가족, 친구 등 삼삼오오 나들이나온 사람들이 와이탄 위를 가득 메웠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설 쇠러도 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돌아와 혼자만의 설맞이 준비를 하였다.
중국은 설 전날을 추시(除夕)이라고 하고, 그날 저녁식사는 온가족이 함께 모여서 먹는데, 이 식사를 넨예판(年夜飯)이라고 하여 매우 중시한다. 고급 식당에 미리 예약을 하여 먹거나 집에서 둘러앉아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 화목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난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라서 조금은 울적한 심정이다.
중국은 춘절이나 원소절[정월대보름]이면 엄청난 폭죽을 쏘아댄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리만치 바로 전날인 오후까지도 그냥 간간이 들리는 정도이다.
그런데 저녁 6시가 넘어 날이 어두어지기 시작하자 갑작스럽게 주변에서 폭죽소리가 빈번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그 빈도와 강도가 점점 높아진다.
폭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鞭炮(벤파오: 소리 위주)와 烟花(옌화: 불꽃 위주)가 동시에 땅에서 공중에서 난무하기 시작하며, 그에 따라 자욱한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운다.
최근 cctv에서는 폭죽이 공기오염의 주범이라고 토론까지 벌이는 것을 보고, 설마 했었는데...
과연 전 중국인들이 다 이렇게 쏘아대면 그 매연은 상상도 못할 정도이리라.
저녁 8시부터는 중국 cctv에서 연중 가장 공을 들이는 춘완(春晩)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명절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벌써 오래 전부터 선정되어 보도되기도 하는데,
우리 나라의 설 특집 방송 정도라고 보면 된다.
다음날 자정을 넘어서야 끝나는 이 프로그램은 노래, 춤, 코메디, 마술, 잡기 등 종합공연으로 시청률 또한 엄청 높다.
그런데 아무리 폭죽소리가 대단하다 해도 북경에서 느꼈던 그 정도는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약간은 실망스러워 하고 있는데, 시간이 11시 30분 정도가 되었나 갑작스럽게 폭죽소리의 빈도와 강도가 증폭된다.
창밖을 보니 이건 마치 영화에서 보던 치열한 접전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사는 곳이 아파트 고층인데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다 보니 상해 전역이 훤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밤이라서 건물은 보이지 않고, 온통 온갖 형태의 불빛과 자욱한 연기뿐이다.
이러다 화재나 다치는 사고도 많이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창문을 살짝 여니 집앞에서 쏘아올린 폭죽의 불꽃이 창으로 날아드는 것 같아 닫을 수밖에 없을 정도였으니, 그 세력이 엄청나다.
그렇게 절정의 순간을 마치 경쟁하듯 여기저기서 쏘아올리더니 자정이 좀 지나서야 약간 잦아들었다.
그러나 밤새도록, 아침까지, 아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폭죽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도대체 저 많은 폭죽을 집안 어디에 두고 있었을까?
폭죽 구입에 돈은 또 얼마나 썼을까?
이상이 내가 중국, 특히 상하이의 보산구 한 켠의 아파트에서 춘절을 보고 느낀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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