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에서 헤이처를 타고, 노신고리 부근에 내렸다.
시간이 정말 어정쩡하다.
심원은 저녁 7시 40분에 공연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호텔로 돌아가 쉬기만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그 시간에 딱히 가볼만 한 곳이 딱히 생각나지 않아 거리 구경 겸 어설렁거리며 걷는데,
마침 눈앞 산위에 탑이 하나 보인다.
그래, 저기 한 번 올라가 보자.
바람도 시원하겠고, 전망도 좋겠다.
가까이 가니 탑산원이란 표시가 되어 있었다.
입구는 여러 곳 되는 모양인데, 일단 입구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으며, 산을 빙 돌다시피 올라 정상 가까이 가니 매표소가 하나 나온다.
탑에 올라가는 입장권인 모양이다.
탑의 이름은 응천탑. 역사는 오래되었으되 중간에 몇 차례씩 중건되었다가, 그마저도 1909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984년에 중건된 것이라고 한다.
절이 있었던 자리인가. 청량사란 편액이 보인다.
응천탑.
중국의 탑들은 대체로 사람들이 직접 올라갈 수 있게 개방해 놓았다.
좁은 목조 계단을 타고 어렵게 끝에까지 올라가서 바깥에 나가니 시야가 확 트인다.
바람도 더 없이 시원하고 좋다.
탑산공원을 나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전열을 재정비하여, 저녁에는 심원을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노신고리로 향했다. 퇴근시간이건만 버스는 한산해서 좋았다.
노신고리에서 내려 큰길 건너 조금 들어가면 심원이 나온다.
심원은 남송시기 유명한 시인 육유(陸游)와 당완(唐琬)의 슬픈 사랑이 긷들어 있는 정원으로 유명하다.
당완은 본래 육유의 고종사촌여동생으로 결혼하여 서로의 사랑이 깊었으나, 시어머니의 미움을 받아 마침내 둘은 헤어지게 되고, 나중에 당완은 조사정(赵士程)이란 사람에게 개가하였고, 육유는 새로 왕씨와 결혼하게 된다. 십 년 후 그들은 봄놀이하다가 심원에서 서로 만나게 되었는데, 육유는 자신의 슬픈 사랑을 시로 지어 벽에 썼으니 바로 천고에 애송되어오고 있는 <차두봉>이란 사다. 당완은 그것을 보고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며 역시 한 수를 지어 화답했으며, 그후 얼마 되지 않아 당완은 슬픔으로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 이에 육유는 슬픈 감정이 극에 달했으며, 여러 번 심원을 시부로 지어 노래했으니, “상심한 다리 아래 봄 물결 푸른데, 언젠가 놀란 기러기 그림자가 어리네.”(伤心桥下春波绿,曾是惊鸿照影来.)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심원은 이로부터 유명해졌다. 그러나 지금의 심원은 옛날 못습이 아니라 최근에 소흥시에서 중건한 것이라고 한다. 안에는 육유의 기념관도 있다.
심원 입구. 소흥 관광지 중에 유일하게 밤에도 입장할 수 있는 곳이다.
밤이라 전체의 모습 파악은 좀 어렵다.
입구에 어긋난 슬픈 사랑을 상징하는 바위. 글자는?
5성급 관광지. 밤에는 공연 때문에 입장료가 특히 비싸다. 그러나 소흥관광 통표가 적용되는 곳.
엽전 하나를 주는데, 안에서 5원에 해당하는 기념품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들어가 보자.
회랑 하나를 온통 사랑의 메시지가 가득 메우고 있다. 둘째 아저씨, 내가 당신을 찾았다오.
무슨 사연이 저리도 많을까. 모든 사랑이 다 원만하게 소원대로 이루어지길...
육유를 대신해서 후인들이 지은 시.
안쪽 공간. 어두워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잘 안된다.
여기에도 맹세, 맹세, 맹세들...
우리의 서울, 인사동의 쌈지공원과 흡사하다.
잘록해서 마치 떨어져 있지만 서로 붙어있는 뿌리가 사랑을 상징하는 연꽃도 심어져 있다.
여긴 무슨 정자인 듯 한데.
밤이라서 자세히 보지 못했고, 특히나 어두우면 잘 못보는 본인의 특성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 수밖에 없다.
육유가 쓴 유명한 <차두봉>
红酥手,黄滕酒,满城春色宫墙柳。东风恶,欢情薄,一杯愁绪,几年离索。错,错,错!
春如旧,人空瘦,泪痕红邑鲛绡透。桃花落,闲池阁,山盟虽在,锦书难托。莫,莫,莫
!
그대 부드러운 섬섬옥수로, 나에게 황주를 따뤄주던 때, 성안에 넘친 봄빛 실버들 늘어졌었지. 동풍이 사나워 사랑이 깨졌으니, 그리움과 한에 사무친 가슴, 외로운 나날로 몇 해를 보냈던고. 아아, 틀렸어, 틀렸어, 다 틀렸어.
봄은 예전 그대로건만 사람은 덧없이 여위어만 가니, 연지 묻은 손수건 눈물에 젖는구나. 복숭아꽃 스러져 화원마저 쓸쓸하니, 사랑의 맹세 변함없건만 정을 담은 편지 그 누가 전해주랴. 아아, 안돼, 안돼, 안돼~
이에 당완이 화답한 시.
世 情 薄, 人 情 惡, 雨 送 黃 昏 花 易 落. 曉 風 干, 痕 殘 欲 箋 心 事, 獨 語 斜 欄,
難 難 難!
세상인심 박정하고, 사람 마음 모질군요. 비 뿌리는 황혼에 꽃이 쉬이 떨어지듯. 새벽바람 불어와도. 내 마음 젖고 싶었으나. 난간에 기대어 서서 혼잣말 할 뿐이네. 아아, 세상은 어렵네, 어렵네, 어렵네.
人 成 各, 今 非 昨, 病 魂 長 似 秋 千 索. 角 聲 寒 夜 岸 珊, 酷 人 尋 問, 咽 裝 歡,
瞞 瞞 瞞!
사람은 각각이 되어 버렸고. 지금은 어제가 아닌데, 병든 영혼은 그네 끈처럼 길기만 하구나. 뿔피리 소리 차갑고 야밤의 빗장 비스듬히 걸려 있는데, 사람들이 물어볼까 두려워 눈물 삼키고 즐거운 척 하였네. 아아. 모두가 거짓, 거짓, 거짓이로다!
고학헌. 외로운 학이 깃든 정자. 모두가 육유, 당완의 슬픈 사랑과 관련시켜 놓았다.
연못과 정자가 있던 자리.
뒷쪽에는 육유기념관도 마련해놓았다.
왜 누워 계시나.
육유상.
현대문학의 거장, 곽말약도 한말씀 남겼다.
육유상.
드디어 공연시간이 가까와졌다. 일찍 왔다고 왔는데 벌써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공연 개시. 먼저 육유와 당완의 비련을 소제로 한 노래극이 연출되었고,
그 이후에도 몇 가지 월나라 희곡이 짤막짤막하게 공연되었다.
입구 매표소에 받은 송나라 때 엽전을 흉내낸 것.
모든 공연이 끝났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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