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어릴 때의 아련한 기억들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게 보리밥이다.
그 시대 농촌의 대부분 가정들이 그랬듯이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해 대부분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었었다.
어릴 때는 성격이나 입맛이 꽤나 까다로왔던 나였기에,
밥상 머리에서 밥투정, 반찬투정도 많았었다.
그 중 아직까지도 가장 크게 기억되는 게 한 번은 밥그릇을 받아놓고 밥에 섞여있는 보리쌀을 골라내다가 부친으로부터 호되게 맞았던 적이다.
그렇게 기피하던 거친 보리쌀, 보리밥이 현미와 함께 근래에는 당뇨와 고혈압 등에 좋다는 이유로 현대인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보리밥집이란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드물지 않게 보인다.
충주의 보리밥집도 보이는대로 찾곤 했는데,
오늘 점심은 며칠 전 칠금동을 지날 때 얼핏 보아두었던 한 보리밥집에서 먹기로 했다.
위치는 구 c마트 주차장에서 꼬불꼬불골목 끝이다.
식당 현관쪽에서 바라본 골목 풍경.
오른쪽이 바로 족발집으로 유명한 엄점 임경옥족발집이다.
방안으로 들어가니 메뉴판은 달랑 이것 하나뿐이다.
유난히도 추웠던 이번 겨울, 그런데 추위는 어찌 그리도 쉬이 물러나는지,
완연한 봄이다.
꽃샘 추위란 말도 없이...
그런데 방안에 지난 겨울 한파의 흔적이 연탄난로로 남아있다.
방 벽쪽에 전시되어 있는 병역명문가패.
이런 패도 있구나.
주인 아주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형제 간에 부자숙질 간 남자가 모두 현역복무를 필했다고 병무청에서 준 표창패라고 한다.
근래 십여 년 동안 국민들의 사표가 될 지도자들이 임명될 때마다 논란이 되어오는 병역기피와 면제, 지도자들의 자식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몸이 허약해 병역을 면제받는 씁쓸한 시대의 흐름에, 이 집안의 위대함은 가히 표창하고도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안주인의 통이 크다, 주전자를 보니...
나물위주의 반찬들이 식탁에 둥글게 자리잡고,
그 가운데에 된장찌개가 자리를 잡는다.
보리밥집이 보통은 손님들이 알아서 먹는 뷔페식인데,
여기는 이렇게 알아서 상에 올려준다.
국이 없다는 게 흠이라면 흠.
나머지는 일반 보리밥집과 별반 차이가 없다.
넣고 싶은 반찬들을 조금씩[많이 넣으면 짜다] 밥 대접에 담아서 고추장을 넣어 비비면 된다.
왜일까?
비빈 모습은 왜 이리 추하게 보일까?
아직 한 입도 먹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저녁에 혹시 술 손님들은 어떻게 받느냐고 하니,
그런 분들은 미리 안주를 예약하면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두루치기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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