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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맛집

[충주맛집] 자연과 맛을 함께 즐기는 펜션형 산장가든

by 유경재 2012. 11. 1.

옛날 우리 조상들이 한문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접했던 필독서 중에 하나로 [천자문](千字文)이란 책이 있다. 저자는 중국 남조시대 양나라 때 주흥사(周興嗣)이며, "天地玄黃"(천지현황)에서부터 시작하여 "焉哉乎也"(언재호야)로 끝나는 4언시 형태의 250구, 중복되지 않은 1,000글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용은 자연현상, 인륜 등 광범위하다. 천자문은 백수문(白首文)이라고 하는데, 저자가 임금의 명을 받고 하룻밤 동안 전심전력하여 이 책을 완성하였는데, 너무 신경을 썼던 까닭인지 다음날 아침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었다는 전설 때문이다.

 

굳이 장황하게 이렇게 천자문을 언급하는 것은

세상사 이치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계절의 변화가 아닐까 싶어서이다.

천자문 앞부분에 "寒來暑往"(한래서왕)이란 구절이 있는데, 추위가 오고 더위가 물러간다 란 뜻으로, 바로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부분이다.

그렇게 무덥던 올해 여름도 시간이 지나니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겨울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이치. 이것은 유사이래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과 같은 변하지 않는 가장 으뜸이 되는 진리가 아니겠는가.

이게 어디 계절의 변화에만 적용되는 것이랴.

인생만사, 아니 조직이나 사회, 국가의 흥망에까지 다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 있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구절도 마찬가지 의미.

 

이러한 우주, 대자연의 장엄한 섭리에서

그 중 일부인 일상을 아둥바둥 거리는 우리 인간들 또한 어찌 예외일 수 있을까?

그런 결론에 이를 때면 종종 춘추전국시대 "무위자연"의 도를 설파한 노자(老子)가 대단한 인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서론이 길었다.

바빠서 그런지 가을이 온 줄도 잘 못 느끼고 있던 차에

오늘 아침은 마치 영하의 날씨처럼 춥다.

차안의 온도계를 보니 영상 4도, 찬바람까지 감안하면 체감온도가 영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잃어버린 나의 가을이여.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며칠 전 지인이 소개해 준 한 맛집으로,

충주 시내에서는 제법 먼 거리에 있는 주덕읍 끝자락의 산장가든.

일전에 소개한 옹기장터보다 조금 더 올라가서 유턴하여 산속으로 조금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도로변 조금 안쪽에 입간판이 있다.

도로에서 식당으로 들어가는 길. 나올 때 찍은 사진이다.

가을이 한창 깊어져 가고 있다.

 

조금 더 도로변 쪽. 노오란 은행잎이 고혹적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 이렇게 슬라브 집이 하나 있는데,

간판은 없지만 이 집이 바로 산장가든이다.

 

너무나 조용하기에

현관 입구의 저 "영업중"이란 표시가 없었다면 돌아갈 뻔 하였다.

 

곱게 가꾼 잔디가 깔린 마당.

들깨와 먹거리가 일광욕을 하고 있다.

오른편으로는 사슴농장이 있고, 왼편으로는 염소농장이 있다고 한다.

 

고운 햇살 받으며 말라가고 있는 들깨.

한번씩 몸을 뒤집어줘야 하는데...

 

가정집이자 식당이다.

거실의 풍경.

 

겨울엔 벽난로도 피울 수 있다.

 

드디어 산장가든이란 상호를 발견한다.

개, 염소, 닭, 오리 이른바 보신용 메뉴만 취급한다.

뭘 먹을까.

잠시 망설이다 염소탕으로 결정.

 

방안에 천사꽃, 일명 천사의 나팔이란 꽃이 한창 나팔 같은 꽃을 드리우고 있다.

 

한때 상을 이웃에게도 빌려준 흔적으로 보인다.

이은혜?

이름 참 예쁘다. 누구의 이름일까?

 

뚝배기 가득 담겨 나온 염소탕.

다른 집의 염소탕 특에 해당할 만큼 양이 많다.

본래 보신탕, 염소탕을 잘 먹지 않는 나이기에 맛에 대한 평가를 지인에게 부탁하니,

괜찮다고 한다.

 

딸려 나온 반찬들.

 

후식으로 아직은 좀 이르다 싶은 밀감이 나오고.

 

이어서 직접 담근 오디[뽕나무 열매]즙이 나온다.

오디즙에는 술맛이 나는 듯.

혹 지난 주말 숙취에서 아직 덜 벗어나서 그런가???

 

들어오다 보니 식당 아랫편에 벌통이 수십개 놓여있었는데,

양봉을 겸하시는 모양이다.

벌꿀도 판매한다고 한다.

 

명함은 없고 대신 양봉 광고지가 있다.

은혜양봉? 그렇다면 아까 그 이은혜.

아랫쪽 두 이름을 보아하니 주인 부부인 게 분명하고,

그렇다면 이은혜는 이 댁의 따님.

겨울로 가는 길목에 자칫 움츠려들기 쉬운 몸을 푸짐한 염소탕 한 그릇으로 활짝 펼 수 있었던 점심이었다.

이 집은 예약이 필수일 듯.

단체로 좋은 날 잡아서 음식도 먹고, 자연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할 만 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