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토, 양일 간 수안보에서
대학 동기들과 의기투합하여
술독에 빠졌다가 귀가하여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꿈없는 깊은 잠에 빠졌다가
마치 부활하듯 깨어나니 유경재가 생각이 난다.
일주일만에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래서 바쁜 사람 다 놔 두고 혼자
찾아간다.
잡초는 더욱 자라있고, 초록도 더욱 짙어져 있다.
이름모를 야생의 꽃들과 풀들도 저마다 한껏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게 갈 때마다 풀을 뽑아주곤 했던 잔디밭도
이제는 뽑을 단계를 넘어서
마치 잡초 풀밭이 되어버린 듯 하다.
중년에 새치가 하나둘 생길 때는 핀셋으로 뽑아주기도 하는데,
어느샌가 뽑아서 없애기엔 한계에 이른 백발 마냥....
부추가 자라는 곳에도 여지없이 부추를 닮은 잡초가 더 기세를 부리고 있다.
작년에는 거의 망치다시피했던 호박 농사가 올해는 고맙게도 이렇게 열매를 맺어주고 있다.
일주일 새 방울토마토도 성큼 익어가고 있고,
뒷편의 가지는 포기마다
어른 팔뚝만한 열매를 경쟁하듯 드리우고 있다.
일찍 심었던 들깻잎은 벌레들의 공격에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 있고,
늦게 새로 심은 어린 들깻잎들은 아직은 벌레들의 집중공격의 대상이 아닌 듯 보인다.
개미가 채소를 먹을 줄이야...
샐러리는 개미들의 집중공격에 잎이고 줄기고 거의 다 망가져 있다.
곱게 꽃을 피우던 참외도 노랗고 탐스런 열매를 여기저기 맺고 있다.
청양고추가 주렁주렁.
고추는 내리 3년 동안 풍년인 걸로 보아
이곳의 토양이 고추 농사에 적합한 모양이다.
우리를 위해 열심히 열매를 맺어주었던 오이는 이제 끝물에 들어선 듯
잎들이 모두 시들어 떨어지고 줄기만 애처로이 기어오를 힘도 상실한 듯 보인다.
주키니 호박은 한 포기에 하나씩만 달리더니
이렇게 잎만 무성하다.
잡초를 베기 위해 예초기를 가지고 30여 분 예초작업을 하고 나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그제사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부랴부랴 집안을 뒤지니 먹을 것이라곤 김치와 국수뿐.
호박 따서 볶고, 국수 삶고, 파와 부추, 고추를 따와 양념간장 만들어 냉장고에 있는 김치와 함께 늦은 점심을 먹는다.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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