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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

[중국여행과 쇼핑] 중국에서 가격 흥정하기

by 유경재 2011. 12. 8.

안녕하세요!

 

오늘은 중국에 살면서 흥정하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마트나 편의점의 경우는 대개 정찰가격이라 흥정이 안되지만, 시장인 경우는 흥정이 필수입니다.

 

아래 내용들은 응용하면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니, 잘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대표적인 한 예로, 북경을 들자면, 자신의 흥정 능력을 시험할 시장으로는, 짝퉁시장으로 유명한(짝퉁이라고는 하지만 가격대비 품질도 괜찮은 것으로 소문나 있음)인 슈쉐이(秀水) 시장(1호선 지하철 永安里 역사와 이어져 있음. 규모는 5-6층 정도 됨)과 천단공원 부근의 홍챠오(虹橋)시장이 있다.

 

다음은 슈쉐이시장의 한 풍경이다.

  

[흥정하기의 3단계]

  

1. 병아리(초급단계)

 

입문자. 깎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체면상 말을 하지 못하고, 100원 짜리 물건인 경우 80원 정도에만 해도 이미 만족해서 다시 더 깎으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그만 삼켜버리고 마는 단계.

 

 

2. 노력파(중급다계)

 

초급단계를 거쳤지만 아직은 수많은 가게의 수많은 물건에 대한 가격 정보에 대해 자신만의 기준을 갖지 못하고, 다만 주인이 부르는 가격에 따라서 춤을 추는 단계.

 

예를 들면 처음 주인이 가격을 100이라고 부르면, 그는 20원이라고 대응한다.(이 정도를 알기 위해서도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등 제법 공력을 쌓아야 한다.) 그러면 이어서 주인이 90원이라고 되받고, 이에 그는 다시 30원이라고 응수한다. 이와 같이 해서 주인은 80원, 70원, 60원으로 내려오고, 그는 40원, 50원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55원 정도에서 합의를 보게 되며, 이에 그는 그럭저럭 만족하며 물건을 사게 된다.

 

중급단계의 특징은 인내와 노력이 필수라는 점에 있다. 하나의 물건을 살 때마다 이런 힘든 줄당기기를 한다면 과연 쇼핑이 얼마나 힘드겠는가.

 

더군다나 주인이 최초로 부르는 값이 손님에 따라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면 그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실재로 그렇다고 한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홍챠오나 슈쉐이 등의 시장의 주인은 이런 방면에 특히 더 노련하다. 구미인들에게는 대만인에 비해 3-4배, 일본인에 비해 10배 정도 더 부른다고 한다.

 

노련한 주인들은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이 있으면 입으로는 환영의 말과 함께 입으로는 고객의 물건보는 능력을 시험하고, 눈으로는 고객의 외양을 관찰하며, 귀로는 고객의 어투에서 출신지를 감지해내며, 그런 가운데 속으로는 가격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주판알을 튕기느라 정신이 없다. 비록 겉으로 보기엔 고객을 맞이하는 주인의 일상적인 행위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이 단계의 약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3. 고수 또는 달인(고급단계)

 

중국에서 좀 오래 살다보면(나의 경우는 특별히 노련한 사부로부터 특별지도를 받아 기간을 단축시켰음), 그리고 산 기간만큼 노력을 기울이고, 또 그만큼 시행착오를 겪게 되면 어느 순간 내가 제시한 가격이 절대적이란 신념이 생기게 되는데, 이 단계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쉐타 하나를 사려고 하는데 주인이 먼저 “다른 사람들에겐 250원에 파는 것인데 당신은 한국인이니 특별히 200원에 줄께요.”라고 가격을 제시하면, 당신은 가격을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주지 말고, 우선은 옷감의 재질을 손으로 요모조모 만져보면서 재봉선의 실오라기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말은 하지 말고 고개가 끄덕끄덕하면서 드디어 확고하면서도 결연한 의지를 담은 듯이 “40원!”이라고 말하라.

 

그러면 주인은 아마도 대개의 경우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설마? 농담이시겠죠? 이 옷감을 보세요. 순면이에요. 게다가 스타일도 최근 유행하는 거잖아요. 정 그렇다면 조금 깎아 드릴께요. 150원, 됐지요?” 등의 말을 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다른 말은 일체 하지 말고 고개를 흔들면서 “40원 해요”라고 하라. 그러면 주인은 다시 “너무 하신다. 순면 쉐타를 어떻게 40원에 살 수 있겠어요. 들여오는 가격이 벌써 40원이 넘는데...좋아요. 오늘 첫 손님이고 하니 100원으로 결정합시다. 됐지요?” 등의 말을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당신은 눈을 다른 쪽으로 돌려 그 주변의 다른 비싸 보이는 옷을 보면서 손은 여전히 사려는 쉐타를 만지면서 비장하고도 확고한 어투로 “40원이면 되겠구만.”이라고 말한다. 그럴 경우 주인은 당신의 의지가 마치 산처럼 확고하단 것을 발견하고 최후로 다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다른 말 하지 마세요. 정말 손해보는 가격에 드리는 것입니다. 70원, 됐지요? 정말 더 이상은 못깎습니다.”

 

 

바로 이 순간이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고비다. 대개의 경우 이 순간을 흥정의 최후 단계로 간주하면서 스스로 위안으로 삼기 위해 속으로 동일 또는 유사제품의 한국에서의 가격과 비교하면서 상표도 괜찮고 한국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니 이 가격도 괜찮은 것 같다. 게다가 주인의 애처로운 표정을 더 이상 보기도 어려운 노릇이고...

 

 

이런 마음이 들었다면 당신은 아직 고수의 단계에 오를 수 없다. 그 순간 당신은 그야말로 당신이 제시한 그 가격에 오로지 집중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가치를 비교하지 마라. 주인을 동정하지 마라. 얼굴과 심장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 그리고 대법원 최종심 선고를 하듯,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할 수 없다는 듯 결연히 확고히 다시 한번 “40원에 안되면 갈께요.”라고 말하면서 미련없이(정말 미련없이) 돌아나와야 한다.

 

그리하여 서너 걸음 걸어갈 때 당신은 주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요, 가져 가세요.” 당신은 이 기쁨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고비를 넘겨왔다. 이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당신은 비로소 고수의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간혹 이 소리를 듣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한 경우도 발생하는데, 그 경우 자신이 제시한 가격이 실재 너무 낮았다고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결코 잊어서는 안될, 명심해야 될 사실이 있다.

 

그 흥정의 최후의 승자는 결코 당신이 아니라 주인이라는 사실을.

 

“손해보고 파는 장사꾼은 없다.”는 철칙 아닌 철칙을...

 

 

끝으로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 가격 흥정의 기준으로 나의 경우는 한중 양국의 평균소득 대비이다. 예를 들면 한중 양국의 근로자 평균소득이 5(한200만원):1(중40만원)정도라면

우리에게 있어 10만 원은 소득의 20분의 1이지만 중국인의 경우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견지에서 나는 중국인이 제시하는 가격을 항상 4배 이상 부풀려진 가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재 밥 한 공기의 가격이 중국에선 130원 정도인데 우리는 1000원이니 품질이나 양을 함께 고려하면 대체로 4분의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2007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