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이야기

중국의 태자당, 혁명의 자손들

by 유경재 2011. 11. 30.

[다음은 코리아리얼타임 11월 30일자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By JEREMY PAGE

 

올해 초 어느 날 저녁, 중국 베이징에 있는 미국 대사의 자택에 빨간색 페라리가 멈춰 섰고, 중국 최고 지도자들 중 한 명의 아들이 턱시도를 입은 모습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는 보과과(23)였다. 당시 존 헌츠먼 미국대사의 딸과 저녁식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 호화로운 등장이었다. 그의 아버지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는 마우쩌둥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홍색 혁명가요(red singing)”로 알려진 오래된 혁명찬가들을 대규모로 연주하는 캠페인을 통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학생들과 공무원들에게 농장 일을 하도록 하여 시골지역과의 재연결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편 그의 아들 보과과는, 지난 해 평균 가계임금이 3,300달러였던 중국에서 국기만큼이나 붉은 색의, 수십만 달러짜리 고급차를 몰고 다니고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 공산당이 점점 다양화되고 정보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처하고 있는 난관을 시사하고 있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에 대해 중국 국민의 분노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흔히 “태자당(princelings)” 이라고 불리는 당 지도자 자녀들의 사업 확장에 대한 관심과 사치에 대한 욕구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국영 언론은 중국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공공연하게 주창하는 엄격한 공산주의적 가치에 따라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들의 자손들이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벌고 사치를 즐기게 되면서, 이같이 두드러지는 행각으로 인해 당의 근원이 노동자와 농민 운동이라고 주장하며 권력의 독점을 정당화하는 중국 공산당에게 불편한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0년에 한 번씩 있는 중국의 지도층 교체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태자당이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되어, 이런 지도층 자손들의 행태가 더욱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전망 때문에 중국의 기업과 정치집단들은, 중국 지도층을 향후 10년 동안 장악할 이들이 이미 세계 2위인 중국 경제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군대에 상당한 영향권을 행사하고 있는 엘리트 가족집단이 될 것인지 여부를 궁금해하게 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중국 엘리트 정치부문 전문가 청 리는 “애매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추세는 아주 분명해지고 있다” 며, “전에는 태자당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치적으로 아주 강력해졌고 이에 따라 소위 “홍색 귀족(‘Red Nobility)”의 정당성 유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 중국 대중들은 특히 태자당이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를 모두 장악하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지도층에도 이런 태자당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후진타오 주석과 윈자바오 총리가 소속된 비세습적 경쟁집단들에 의해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혁명적 영웅의 아들인 시진핑 부주석이 후진타오 주석의 후임자가 되어, 중국 최고위직에 오르는 최초의 태자당이 될 전망이다. 중국 정치 전문가들 다수는 부주석이 진급을 앞둔 다른 태자당들과 비공식적인 연합을 결성했다고 여기고 있다.

 

이런 인물들에는 역시 혁명적 지도자의 아들인 보시라이 당서기도 포함된다. 그와 정기적 만남을 갖는 두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시진핑 가문과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고 한다. 시진핑의 딸은 현재 하버드 학부생이며, 당서기의 아들 보과과 또한 하버드 케네디 공공정책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25명으로 구성된 공산당 정치국에 이미 소속된 보시라이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상임위원회 (Standing Committee)로의 진급 우선순위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사무실을 통한 의견제시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아들 보과과는 이메일과 지인을 통한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일부 공무원의 자녀에 대한 별난 행동들은 중국 내 인터넷에서, 특히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 사용자 사이에 인기 있는 토픽이 되었다. 이런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들은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인터넷 검열관들이 감시 및 차단하기가 어렵다. 9월에 인터넷 사용자들은 한 장군의 15살 된 아들이 베이징에서 BMW 차량을 몰다가 다른 차와 충돌했을 때 그 차에 탄 사람들을 폭행하고 구경꾼들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경고한 두 젊은이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 후 엄청난 논란이 뒤따랐고, 이 장군의 아들은 경찰 수감시설로 보내져 1년 동안 수감될 것이라고 국영 언론이 보도했다.

 

고위 중국 지도자들은 원래 재산이나 사업을 상속받음으로써 장관 1명 당 연간 140,000위안 (22,000달러) 정도로 알려진 급여를 보충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친척들은 정치적 연계를 통한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한 사업을 운영하도록 허락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가족들의 재산의 출처는 추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지난 해 중국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중국 전직 부주석의 아들이자 전직 공산군 지휘자의 손자가 호주에 항구가 보이는 대저택을 3천2백4십만 달러에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 오래된 대저택을 허물고 폭포와 연결된 수영장 2개가 딸린 새로운 빌라를 건설할 허가증을 신청했다.

 

많은 태자당들이 합법적인 사업을 운영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이들이 중국의 자본주의 수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에 의해 장악되고 있는 경제시스템과 의사결정에 대한 공적 조사 미비를 이용한 부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중국 정부는 모든 도심지역 토지와 은행 등의 전략적 산업체를 소유하고 있어, 중국의 은행들은 국영 기업들에게 압도적인 비율로 대출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내부인사들은 개인적 연줄과 가족의 명성을 이용해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같은 네트워크를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대변자인 인민 일보는 지난 해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며,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91%가 중국의 모든 부유 가정들이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직 중국 감사원장이었던 리진화는 고위관료의 가족들이 가진 부가 “중국 대중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부분”이라고 온라인 포럼에서 언급했다.

 

한 태자당은 자신과 동료들이 “공산주의적” 배경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는 인식에 반박한다. 공산군 창시자의 손녀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예밍지(32)는 이메일을 통해 “내가 유명한 정부 고위관료 가족이라고 해서 집세를 싸게 내거나 특별 은행대출을 받거나 정부계약을 따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며, “실제로 주요 정부인사가족의 자녀들은 심하게 감시를 받는다. 이들 대부분이 심지어 부적절한 편애주의를 피하기 위해 신경을 정말 많이 쓴다”고 말했다.

 

마우쩌둥의 1949년 혁명 후 수십 년 동안 중국 공산당 관료의 자녀들은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했으며,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자라 베이징 제4 남자 고등학교(Beijing No. 4 Boys’ High School) 등의 엘리트 학교에 다녔다. 보시라이 당서기와 현재 지도층 인사 일부도 이런 학교에서 공부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많은 태자당들이 대학원 과정을 위해 해외에 나갔고, 그 후 중국 국영기업, 정부기구 또는 해외투자은행들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유지했다.

 

이제 중국 지도층의 가족들이 자녀들을 미국, 영국, 스위스 등의 해외 최고 사립학교로 보내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최고의 서양 지역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서다. 20대, 30대, 40대의 태자당들은 상업에서, 특히 비공개 기업투자 부문 등 이익을 최대화하고 중국 및 국제적 사업 엘리트들과 정기적 접촉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점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어린 태자당들의 경우 모델이나 배우, 스포츠 스타를 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들은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Workers’ Stadium) 근방의 나이트클럽에 모여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의 고급차를 자랑한다. 베이징 자금성 근처에 있는 유명한 마오타이 클럽(Maotai Club)에서 시가와 중국 술을 즐기며 사업 얘기를 하는 태자당들도 종종 목격된다.

 

중국 전직 부주석의 손자가 개장한 베이징 교외의 새로운 폴로 클럽에서는 최근 어느 날 오후 수입된 조랑말에 탄 아르헨티나 폴로선수들과 유명 회원들이 시범경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직원은 “폴로라는 스포츠를 대중에게 선보인 것이다. 하긴, 정확히 말하면 ’대중’은 아니지만 말이다” 라며, “저 쪽에 있는 남자는 장군의 아들이고, 저 사람의 할아버지는 베이징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태자당은 또한 해외에서도 점점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패션디자이너 예밍지는 최근 보그 잡지 최신판에서 중국 전 부주석의 손녀인 보석 디자이너 완바오바오와 함께 등장했다.

 

그러나 보과과는 어린 태자당 중에 특히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공산당 지도층의 어떤 자녀도 그처럼 국내외에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인물은 없었다.

 

보과과 가족의 지위는, 마오쩌둥의 군대를 승리로 이끄는 데 일조했으나 1966년~76년 문화혁명에서 숙청된 보이보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에 보이보는 결국 복권되었고, 그의 아들 보시라이가 1987년 중국 공산당에 떠오르는 신예였을 당시 보과과가 태어났다.

 

지인들에 따르면, 보과과는 일반인들과 동떨어진 환경에서 자랐다. 경계된 공간에서 지내다가 운전기사가 있는 차를 타고 이동했으며, 학업의 일부는 개인교사로부터, 일부는 베이징의 유명한 징샨 학교에 다니면서 진행했다고 한다.

 

2000년에 당시 동남부 지역 도시인 다롄 시장이었던 아버지 보시라이는 12살이었던 아들을 파플위크(Papplewick)라는 영국의 사립 초등학교로 보냈다. 파플위크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이 학교의 학비는 1년에 22,425파운드(약 35,000달러)라고 한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보과과는 중국 본토에서 유일하게 영국에서 가장 특별한 사립학교들 중 하나인 해로우(Harrow)에 다니게 되었다. 이 학교의 1년 학비는 30,930파운드이다.

 

2006년 보시라이가 중국 상무장관이 될 무렵, 보과과는 옥스포드 대학에 진학해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에 대한 현재 기준 등록금은 1년에 26,000파운드이다. 또한 현재 그가 재학 중인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학비는 1년에 70,000달러이다.

 

이처럼 오늘날 기준으로 총 600,000달러 가치의 특권적 해외교육에 대해 제기되는 질문은, 이러한 비용이 어떤 경로로 지불되느냐이다. 지인들은 모른다고 했으나, 그 중 한 명은 보과과의 어머니가 법조계 경력을 통한 수입으로 이를 지불했을 거라 말했다. 보과과의 어머니는 이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보과과는 중국 언론에서 16세부터 계속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되었다. 해로우와 옥스포드 대학, 케네디 스쿨 측에서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언급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육비용은 특히 중국 내 교육시스템의 품질에 불만인 중국 중산층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유한 이들만이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 보낼 수 있다.

 

그럴 수 없는 이들에게는 보과과의 자유분방한 생활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과과가 옥스포드 대학의 사교행사들에서 찍은 가슴부분을 드러낸 사진과 턱시도 또는 고급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온라인에서 널리 유포되기도 했다.

2008년 보과과는 중국의 샤올린 사원에서 온 무술을 하는 수도승들의 무대가 포함된 실크로드볼(Silk Road Ball)이라 불리는 행사를 개최했다고 지인들은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의 쿵후 영화배우인 성룡을 옥스포드에서 강연하도록 초청했고, 이 행사에서 성룡과 함께 노래도 불렀다.

 

그 다음 해 보과과는 런던에 있는 영국-중국 청년 연합(British Chinese Youth Federation)이라는 집단에서 “뛰어난 중국청년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그는 또한 옥스포드 대학원생들이 “신흥 경제국들에서의 투자와 경력 전망”을 탐구하기 위해 창설한 “옥스포드 신흥시장(Oxford Emerging Markets)”의 자문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해당 웹사이트에서는 말했다.

 

올해에는 보과과가 휴일에 티벳에서 또 다른 태자당인 첸샤오엔과 찍은 사진들이 온라인에 유포되었다. 첸샤오엔의 아버지는 중국개발은행(China Development Bank) 대표이며, 할아버지는 유명한 혁명가이다. 이런 사진들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여행을 하는 이 두 명에 대한 가십과 비판이 인터넷에 난무했다. 첸샤오엔은 이메일과 페이스북을 통한 코멘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올해 당 회의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아들 보과과와 첸샤오엔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은 보시라이는 “그건 세 번째 세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린 지금 민주주의에 대해 논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난해한 대답을 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보과과가 최근 오랜 생각 끝에 마침내 guagua.com이라는 인터넷 벤처업체를 운영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원을 떠나겠다는 결정을 번복했다고 한다. 이 도메인은 베이징의 한 주소로 등록이 되어 있다. 이 곳 직원들은 사업에 관련한 사항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응답한 한 젊은이는 “비밀사항”이라고 말했다.

 

보과과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진급될 경우 이러한 눈에 띄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인들은 말했다. 중국 신문 서던 위켄드(Southern Weekend)에 따르면, 보과과는 2009년 페킹 대학 연설에서 자신이 문화와 교육부문에서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정치계 입문은 배제했으나, 아버지 보시라이의 카리스마가 엿보였으며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데 있어 일부 모순되는 사항들이 있었다고 한다. 옥스포드에서 파티를 하는 사진에 대한 질문에 그는 “진지한 면과 활기찬 면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마오쩌둥의 말을 인용했으며, 중국의 새로운 귀족층을 주제로 한 토론을 진행했다.

 

보과과는 “영국의 귀족층은 스포츠카를 모는 등의 거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며, “진짜 귀족들은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