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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입추(立秋): 24절기 중 13번째

by 유경재 2020. 8. 7.

오늘이 벌써 입추. 어제까지도 모르고 있다가 인터넷 뉴스를 접하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올해는 유난히 긴 장마와 폭우로 인해 아직 본격적인 더위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가을이라니...

그것도 그렇지만 24절기에 관심을 가진 후로는 절기 따라 가기에도 새삼 속도가 힘겹게 느껴진다.

 

24절기 중 열세 번째 날로 대서(大暑)와 처서(處暑) 사이에 있는 절기. 북두칠성의 자루부분이 서남쪽을 가리키며, 태양은 황경135°에 이르는 때로서, 대개 양력 87~8일 무렵이다. 입추는 가을의 첫 절기에 해당하며, 가을은 입추에서 시작해서 입동에 이르러 끝이 난다. 이처럼 '입추'라는 말은 '가을이 들어선다'라는 뜻으로,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 여름을 알리는 '입하(立夏)', 겨울을 알리는 '입동'과 같이 계절이 바뀜을 알려주는 절기이다. 가을이 되면 비, 기온 등이 감소되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자연계의 생물들은 무성하게 성장하던 시기에서 차츰 성숙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管子에 이르기를, “가을은 음기가 처음으로 내리는 때로, 그래서 만물은 (확산, 성장이 아니라) 거두어들이는 때이다.”(秋者陰氣始下,故萬物收。) 음양의 기운이 바뀌면서 양기는 점차 쇠퇴해가고 음기는 차츰 생겨나니 이에 따라 만물도 점차 쇠락하게 되는 것이다.

 

날씨로만 본다면 입추라고 해서 결코 무더위가 끝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입추 이후 얼마 동안은 날씨가 여전히 매우 더운데, “秋後一伏熱死人”(입추 후의 복날이 사람을 더워 죽게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입추 후에도 최소한 말복의 무더위가 남아 있다. 三伏 날짜는 절기에 따른 시기와 간지에 따른 시기를 배합하여 결정되는데, 입추는 종종 중복과 말복 사이에 있게 되는데 그래서 혹서가 아직 끝나지 않은 때이며 실제로 시원한 날씨는 백로(白露)가 된 후에야 나타난다. 따라서 입추는 결코 무더위와 시원한 날씨의 분수령은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立秋 기간의 날씨를 삼분하여 설명하기도 하는데, 5일 단위로 3()로 구분하여, “1(처음 5일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2(5-10)에는 이슬이 생기고, 3(10-15)에는 쓰르라미가 운다.”(一候涼風至, 二候白露生, 三候寒蟬鳴.)라고 했다.

 

입추와 관련된 고시 한 편을 소개한다.

立秋[南宋] 劉翰(유한)

 

乳鴉啼散玉屏空(유아제산옥병공), 어린 까마귀 울음소리 흩어지자 고운 병풍 허전하고

一枕新涼一扇風(일침신량일선풍). 베개맡에 서늘한 기운 생기니 부채 바람도 시원하네

睡起秋聲無覓處(수기추성무멱처), 잠에서 깨니 가을 소리 찾을 데 없는데

滿階梧桐(일작 )月明中(만계오동월명중). 섬돌 가득 떨어진 오동잎 달빛 아래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