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주에 도착한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귀주성 여행이 시작되었다.
사실 귀주성은 다른 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면적이 좁은 편이다.
贵州는 약칭으로 “黔”(검: 얼굴이 햇빛에 타서 검다) 또는
“贵”(귀: 햇빛이 귀하다)자를 쓰는데, 전자의 경우 멸시의 의미가 담겨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양반, 즉 지배계층과는 달리 노동하느라
햇빛에 얼굴이 노출되어 그을려서 검은 하층민들이 사는 곳이란 뜻이 된다.
실제로도 봉건왕조시대에 주로 죄인들이 귀양을 오던 곳이었기도 하다.
귀주성의 위치는 중국의 서남내륙지구의 중심으로,
북으로는 四川省과 重庆에 인접해 있으며,
동쪽으로는 湖南省、남쪽으로는 广西壯族自治區、서쪽으로는 云南省 등과 인접해 있다.
5박6일 동안 귀주성 전체를 여행하기는 무리한 일정이라, 이번 여행은 주로 귀주성의 서남쪽 안순(安順)의 황과수폭포 지구와 동남쪽의 진원(鎭遠)고성, 소칠공대칠공, 천호묘채 등에 한정되어 있는 게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특히 북쪽의 특이한 산봉우리에 위치한 사찰로 유명한 범정산을 어쩔 수 없이 언제 올지 모를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여행지는 황과수폭포 지구로서, 그 안의 천성교-황과수폭포-두파당폭포 등으로 여정이 이루어져 있는데,
먼저 천성교 지역을 소개하고자 한다.
황과수 폭포는 귀주성 성도인 귀양에서 서남쪽으로 대략 120여 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여행사의 소형 버스를 타고 묘족 여성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여행이 시작된다.
황과수폭포가 있는 안순으로 달려간다.
여전히 흐린 날씨지만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거저 즐겁기만 하다.
중간에 휴게소에도 들린다.
바로 이 버스, 여행 기간 내내 함께 했던 버스다.
드뎌 도착한 모양이다.
황과수란 한자가 산에 크게 걸려 있다.
오전에는 먼저 황과수 폭포에서 7km 정도 하류에 위치한 천성교(天星橋)를 간다고 한다.
관광경구 내로 들어가면 다시 구내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12월의 끝자락인데도 여긴 이렇게 꽃이 우리를 반겨준다.
과연 남쪽은 남쪽인 모양이다.
갖가지 꽃들이 만개해 있다.
가이드, 그리고 깃발~
천성교, 왜 이름이 하늘별 다리일까?
야트막한 물 가운데로 여러 모양의 납짝한 돌다리가 놓여 있다.
돌다리 하나하나 마다에는 날짜가 새겨져 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예전 사천성 성도 부근의 아미산 여행 갔을 때도 이런 게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이를 "수생보(數生步)"(삶의 시간을 세면서 걷는 곳)
지금 생각해보니 이러한 돌다리들이 점점이 놓여있는 게 마치 하늘의 별처럼 보인다고 해서 천성교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싶다.
돌다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하루가 지난다고 생각하면 하루의 시간이 그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가.
그러나 사실 돌이켜 보면 어떨 때는 실제 우리가 지냈던 날들이 이보다 더 빠르게 지나갔다고 생각되어지는 때가 요즘 들어 부쩍 많아진다.
아, 유수 같은 세월이여~~
기묘한 바위들, 그리고 거기에 기생하고 있는 선인장.
모든 게 신기하다.
벌써 2월 10일, 10년 연애의 결실을 맺은 날이기도 하다.
천성교, 물과 돌과 나무가 조화를 이룬 곳.
바위 위의 소나무는 많이 봤어도 사막의 선인장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자연은 이상할수록 인간에게 환영을 받는다.
운남성에 석림이 있다면 여기에는 수중석림이다.
바위들 중간중간에 여러 종류의 식물과 나무들.
바위, 나무, 이끼.
어느새 상반기도 끝나가려 한다.
내가 태어난 날 이후로는 몸을 모로 해서 억지로 겨우 통과해야만 지날 수 있는 난관이 있다.
마치 내 어렸을 때 힘든 시절을 알고 만든 듯 하다.
천생교의 물은 돌, 바위를 위해 생겨난 것이다.
일단 경내에 들어오면 발 아래 물은 맑디맑은 큰 거울 같아서
나의 몸 앞과 뒤, 옆을 다 비춰주며, 다양한 각도에서 산과 바위, 사람을 비춰주며,
자신도 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해서 또 한 해가 끝이 난다.
인생이란 이런 돌다리를 계속해서 돌고도는 것.
항상 돌다리 끝에서는
다음에 다시 건널 때는 한 돌다리마다 더 많이 보고 듣고 읽고 체험하고
그리고 사랑하리라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무어가 그리 급한지 어떻게 건넜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또 한 차례 지나버린다는 것.
아, 허무한 인생이여~~
악착같이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버티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눈앞의 나무는 절규하면서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때 그 사람들, 상해 사람들, 산동성 사람들, 4개월이 지난 지금 다들 지금 나처럼 이렇게 나를 떠올리기는 할까?
대나무숲의 CC카메라가 몰래 우리를 훔쳐보는 듯 해서 화들짝 놀란다.
몸을 옆으로 해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바위틈인 측신암.
바로 여기가 측신암.
이 나무 뿌리를 보니 문득, 어느 서양 영화에서 마야문명지를 여행하던 젊은이들이 식인식물에게 수난을 겪는 장면이 떠오른다. 왜일까?
미녀를 닮은 용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서유기의 저팔계가 결혼했던 곳이라는데.
바로 여기가~
천성교를 다 보고 나오는데 천성교의 안내도를 보게 된다.
천성교 지구도 엄청 넓다.
우리는 그 중에 일부만 본 듯하다.
중국의 관광지를 다니다 보면 대나무에도 이렇게 이름을 남기고 있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이름을 이렇게라도 남기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일까 싶다.
한글도 보인다.
천성교 관광을 마치고 점심 식사 후, 오후에는 귀주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상징인 황과수폭포로 향한다.
다음 편에서 황과수폭포와 그 하류의 두파당폭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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