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종일 불안한 가운데,
원래 계획대로 2월 17일까지 중국에 계속 머물건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잠시 조기 귀국할 건지를 고민하다가
27일 아침에 중국의 확진자 숫자가 더 3천 명 이상이 되면 귀국하겠다고 결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도 잘 오지 않는 가운데 비몽사몽 아침을 맞아 잠에서 깨어보니 벌써 8시가 넘었다.
제일 먼저 확진자 숫자를 확인하니 우려하던 대로 급격히 증가하여 3천명을 훌쭉 넘어섰다.
그래서 부랴부랴 한국행 비행기를 알아보니 다행히 29일 남경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비행기가 있어서
일단 언제 다시 들어올지 기약을 할 수 없어 편도를 예약한 후,
기존에 씨트립에서 예약했던 2월 17일 귀국, 3월 2일 출국 왕복항공권을 취소했다.
다행히 취소 수수료는 없었다.
이어서 역시 미리 예약해 두었던 2월 17일자 서주에서 남경까지 가는 기차표를 취소하고, 새로 1월 29일 아침 기차표를 예매했다.
이틀 후의 기차표를 예매한다는 것은 우한폐렴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설 연휴에다가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단위마다 출입과 이동을 통제하기 때문에 기차를 타는 사람도 그만큼 없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학교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마스크를 한 채 교정을 돌아보는데,
북문은 굳게 폐쇄되어 있고, 동문만 개방되어 있는데, 여러 명의 보안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다시 서문쪽으로 향해 가는데 교정은 그야말로 적막할 정도로 인적이 없이 조용하다.
예상대로 서문 역시 폐쇄되어 있다.
만약 여기에 남아있게 된다면 숙소 안에서만 기약없이 지내야 할 판이니 귀국 결정은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다시 돌아와 잠시 비울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귀국 때는 간단히 기내캐리어만 하나 챙겨 가기로 하고 거기에 넣을 필수적인 짐만 챙겨 넣었다.
28일, 중국의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이다.
설 연휴도 일주일 연장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심각한 상황이다.
29일 아침, 알람소리와 함께 5시가 조금 넘어 잠에서 깨어나 간단히 세수하고 전원을 내리는 등 떠날 준비를 완료하고
잠시 귀국 여정에 부닥치게 될 감염 경로를 예측해 본다.
마스크는 두 시간마다 교체하고, 사람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럴려면 기차역이나 기차안, 남경에서 전철안, 공항, 비행기 안 등이 모두 위험지대이다.
모두 무사히 넘기고 감염되지 않고 귀국할 수 있어야 한다.
캐리어를 끌며 숙소를 나섰다.
학교에서 서주동역까지 택시로 가도 40분 정도 예상해야 하니, 20분 정도 짐검사와 검표 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7시 40분 기차를 타기 위해선 넉넉할 것 같았다. 교문이 폐쇄되었으니 택시도 교내로 들어오지 못하니 동문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동문에 도착,
동문 앞 학원로가 차량은 물론 인적조차 끊겨 있다.
동문 안에는 여러 명의 보안들이 책상을 하나 놓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나에게 나가는 이유와 이름, 연락처 등을 기록하고 가라고 한다.
동문을 벗어나 핸드폰을 켜고 택시 어플인 디디추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는데, 평소 같으면 금새 응답이 오는데
어째 호응이 없다.
초조하게 시간만 흐르는데 결국 호출 시간 5분이 끝날 때까지 응답이 없다.
다시 재호출 해본다.
그런데 결과는 마찬가지다.
부근에 택시가 아예 다니지 않는다.
금새 20분 가량이 흘러가버린다.
우한폐렴의 발원지 중국을 탈출하기 위해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건만 출발부터 삐걱하고 마는 것인가.
답답한 마음에 중국 대학의 국제교류원장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받지 않는다.
발만 동동 구르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다음에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단은 북경로까지 나가 보기로 하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으로 택시를 호출하고, 또 한 손으로는 캐리어를 끌며 종종 걸음으로 달려간다.
아~ 그런데 상해로 교차로에 이르자 사범대쪽에서 택시 한 대가 오면서 신호를 받고 멈춰선다.
멀리서 손짓을 하며 서주동역까지 가자고 하니 창문을 내려 뭐라뭐라고 하는데
직감적으로 가지 않겠다는 말인 줄 느껴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저 차가 오늘 나에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차비를 더블로 줄 테지 제발 가자고 하니 그제서야 나에게로 다가온다.
시간은 벌써 6시 반을 훌쩍 넘어 7시가 다 되어 간다.
기사에게 기차 시간을 알려주고 그 전까지 갈 수 있겠느냐고 하니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한다.
다행히 도로에 차량이 거의 없어 택시는 속도를 높여 달려 예상보다 훨씬 더 일찍 역에 도착했다.
현금으로 100원을 주면서 기사에게 오늘 당신을 만난 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고 하니, 기사 역시 차비를 두 배로 받아서 그런지 자신도 나를 만난 게 행운이었다고 한다.
서주동역 동광자 입구.
중국의 역이 이렇게 한산한 적이 있었던가.
1994년부터 중국을 왔었지만 이런 모습은 정말 처음이다.
체온 체크 하는 모습.
2층 대합실 역시 평소 같으면 앉을 자리 없을까 걱정하는데 이런 모습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오늘 무사히 귀국할 수 있기를.
고속철 열차에 오른다.
역에 손님이 거의 없으니 열차 안도 마찬가지일 터, 대부분 빈자리다.
차창 밖으로 경치가 스쳐지나가는데,
저들도 마을 출입이 통제되어 있을까.
서주의 시내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기차가 운행되고 있어 나로선 천만다행이다.
뱀 대가리 모양이다.
남경남역에 내려 역사를 빠져나가는데 임시천막으로 통로를 만들어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흰색 방호복 입은 사람들을 보니 마치 전쟁터를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하기사 중공 중앙에서 이번 우한폐렴에 대해 전염병과의 전쟁이라고 선포했으니 맞는 말이다.
남경공항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타러 가는데 여기도 역시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감염에 대한 우려를 덜 하게 되어 좋다.
일단 제1관문 서주에서 남경까지 무사히 통과했으니 이제 남경공항까지도 무사히 통과하기를 바랄 뿐.
지하철을 기다린다.
역시 사람들이 별로 없다.
뚝뚝 떨어져 앉아도 될 만큼 자리가 넉넉하다.
남경공항에 도착.
평소 같으면 저 에스컬레이트 위에 사람이 가득하였을 텐데...
남경공항 출국장 입구.
지금은 WHO에서 이번 바이러스전염병을 "코로나19"라고 명명했지만, 원래 저때까지만 해도 중국에서조차 "신형우한폐렴"이라고 했었다.
우한폐렴과 오성홍기...
공항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꽤 많다.
대한항공 티케팅하는 곳.
말소리를 들어보면 가족 중심의 한국인과 중국인이 대략 반반 정도 되는 듯.
설 쇠고 가는 조선족도 많이 있는 듯.
평소와는 다르게
건강체크하는 관문이 추가되어 있다.
꼼꼼히 체크하느라 줄이 잘 줄어들지 않는다.
면세점.
내가 탈 대한항공 06게이트.
이제 비행기만 타면 되니 조금 여유가 생긴다.
면세점 옆을 지나가는데 평소 잘 먹던 간식이 눈에 띄어 가격을 확인해 보니
마트에서의 가격보다 5-6배 비싸다.
어째 면세점이 더 비쌀까???
비행기도 시간에 맞춰 승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가능하면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고 앉기.
이제 마지막 관문만 남았다.
마스크고 교체하고.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두 차례나 지연 탑승 안내가 나오며 두 시간 정도 탑승이 지연된다.
그런데도 줄을 서기에 뭔가 싶어 앞으로 가보니.
이렇게 물과 간식을 나눠준다.
혹시 기내식을 미리 주는 것인가.
충분히 그럴 것 같다고 수긍이 된다.
우한폐렴은 비말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전염이 되는데,
만약 기내에서 기내식을 먹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다 보면 감염 역시 그만큼 쉽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오후가 되도록 아직 한끼도 먹지 못한 공복 상태.
드디어 탑승.
정시보다는 두 시간 정도 지연.
방역 관계로 늦어졌다고 한다.
이제 정말 집으로 가는가 보다.
내 옆자리는 일본 여성으로 인천에서 환승한다고 한다.
기내에서 세관신고서와 건강설문지를 나눠준다.
남경공항을 출발한다.
어, 그런데 기내식을 준다.
이러면 안될텐데...
어쨌거나 배가 고프던 차에 맛있게 잘 먹었다.
중국 항공보다 국적기가 기내식은 물론 승무원들의 서비스 정신이 훨씬 뛰어남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한국에 입국하는 절차가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단지 체온 검사와 설문지 제출이 모두다.
너무 쉽게 입국이 되고 짐을 찾아 마중 나온 집사람을 만나 지난했던 중국탈출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3월 16일 중국으로 재출국 할 계획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또 우리나라 상황이 심각해져 중국이 입국을 제한, 격리한다고 하니 과연 계획대로 잘 될 수 있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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