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3.24) 전날 그렇게 때아닌 춘설이 사납게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모처럼 미세먼지조차 거의 없는 청명한 봄날이었다.
전날은 겨울이요, 하룻만에 봄이 찾아온 듯...
아이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둘만 남은 우리는 유경재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맑은 휴일을 조금더 오래 향유하기 위해 심항산 종댕이길을 가 보기로 했다.
아주 오래 전 일향산이라는 이름이었을 때,
한 번 찾은 적이 있었는데, 이후 충주시에서 공을 들여 산책길을 만들고 공원으로 조성했으며,
해마다 1월 1일, 원단에는 시에서 주최하는 해맞이 행사를 여는 곳이기도 하다.
찾지 않은 그간 얼마나 어떻게 변했을까 저으기 궁금하기도 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공원 진입로 가로 주차된 차량이 드문드문하다.
일단 주차하고 난 후 공원안내도를 보면서 코스를 정한다.
보아하니 완전히 호반으로 걷는 큰 둘레길이 있는가 하면 산 중턱을 한바퀴 도는 둘레길도 있고,
그 둘레길을 가로지르는 산길도 있다.
오늘은 처음이니 호반을 따라 크게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왼쪽, 오른쪽 어디로 돌까 잠시 망설이다
왼쪽으로 돌기로 하고 둘레길로 접어든다.
산길로 접어들자마자 멀리로 충주호가 보인다.
금방 호수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약간 출렁거리는 출렁다리도 건너보고,
지금부터 대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 걷는 이 길은 끝날 때까지 왼쪽은 호수, 오른쪽은 산이다.
소원바위도 만나보고.
가끔씩 누가 쌓았는지 모를 돌탑도 가는 길 시야를 풍성하게 해준다.
저멀리로 충주호 선착장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보인다.
길은 잘 닦여져 있다.
유람선 2층에 호수의 맑은 봄날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시선 앞을 통과하는 유람선은 금새 멀리 청풍나루터 쪽으로 사라져가고.
충주는 바다와 가장 먼 육지의 섬이라고 한다.
그래서 바다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좋은 곳이 아닐 수도 있다.
바다 대신에 아쉬운대로 이러한 큰 호수를 가진 것은 그나마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만 보면 동해안 어느 해안가 바다 풍경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3월 하순으로 접어드니 산수유가 일찌감치 꽃을 피우고 있다.
좀더 물과 가까운 곳에 이렇게 조망대가 설치해 놓았다.
하트 모양의 사과 형상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 번 찰칵.
시가 있는 산책길.
어떤 사람은 말한다.
"무서운 파도가 넘실대는, 그래서 잠시라도 조용히 있지 못하는 바다보다
이렇게 조용한 호수를 보는 게 더 낫다"고.
그러고 보니 이 정도 호수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여기에는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다.
스토리텔링을 조금 더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에 올 때는 전망대에도 올라봐야지.
느와집 쉼터도 있어 잠시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을 가다듬어 보기에도 좋다.
앞 산 봉우리와 능선으로는 어제 갑작스레 내린 춘설로 인해 아직도 허옇다.
햇살이 비치는 걸 보니 둘레길이 거의 끝나가는 모양이다.
바로 저 구비만 돌아가면?
수초섬 전망대라는 곳도 있다.
일단 내려가보자.
호수 안에 수초를 별모양이 나도록 심어놓은 모양이다.
아직 수초가 파래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별 모양이다.
길이 끝나가려 하니 자꾸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인생도 이와 같겠지.
오후의 기우는 햇빛에 별이 빛을 뿜고 있는 듯~~
한뿌리에 세 줄기 나무, 삼형제 나무라고 했다.
둘레길이 끝나는 쯤에 만나는 자그마한 생태연못.
원점 회귀 완료.
가다가 보니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뿐,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 둘레길 산책의 정방향은 오른쪽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마나 그렇다고 역방향은 안된다는 것도 아니다 ㅎㅎ
충주에도 호수를 바라보며 이렇게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된 날이었다.
일상에 쫓기거나 지치다가 시간이 날 때면 가끔씩 걸어보는 것도 큰 활력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외지에서 나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면 꼭 소개해 주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충주생활백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프베스트: 칼가위 가는 전문점 (0) | 2020.09.25 |
---|---|
코지베이비스튜디오: 여권사진, 비자사진 싼 연수동사진관 (0) | 2019.08.08 |
[가볼만한 곳] 조동리선사유적박물관: 충주시 동량면 (0) | 2019.03.27 |
달려라 해피: 반려견 운동장 & 애견 호텔 (0) | 2018.08.28 |
충주 호수축제 (0) | 2018.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