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由敬管見

날씨 예보는 점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다

by 유경재 2018. 8. 30.



유사 이래 최고 최장의 폭염의 끝자락에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해서 지나갔다.

문제는 태풍의 진로에 대해 기상청은 우왕좌왕하면서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렸으며, 제주도를 느리게 지나가면서 엄청난 바람과 비를 퍼부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자, 태풍이 상륙, 관통하는 중부지방에도 엄청난 피해가 있을 것처럼 예보하는 바람에 전국민이 공포에 떨었고, 실재 대부분 학교들이 하루 휴업을 단행했는데, 결과는 태풍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비바람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항간에는 이를 두고, 대비는 아무리 지나쳐도 괜찮다는 식으로 기상청의 오보를 덮어주자고 하는가 하면 일부 국민들은 자칫 이러다간 기상청이 양치기소년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무섭다던 태풍이 지나가고 이어서, 그저께는 주의보도 내리지 않은 가운데 서울, 경기북부 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많은 피해를 내었는데, 이처럼 예측을 뛰어넘은 강수대의 움직임에 기상청 관계자는 "당황스러움을 넘어서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며 "지식과 상식에 대해 다시 생각할 정도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기상청의 기상전문가들은 점을 쳐서 날씨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며, 나아가 예술가의 상상력을 통해 날씨를 예보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양하고 정확한 과학적 자료에 근거하여 과학적 판단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한 국가의 날씨예보의 정확성은 그 나라의 과학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태풍의 진로 예보에 대해 우리의 기상청을 불신하는 일부 국민들은 일본, 중국, 미국의 예보가 더 신뢰가 간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기상 예측은 그 영역이 넓을수록 어렵고 좁을수록 쉽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나 중국, 미국의 영토에 비해 우리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동네마다 다 다르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좁다. 그런데도 날씨예보가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크다.

기상청이야 날씨 예보가 틀릴 수도 있다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농민, 어민은 물론이요, 대부분 국민들은 일상의 생활이나 삶, 생업에 있어서 날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어느 뉴스 못잖게 자주 일기예보를 찾아본다. 만약에 다음날 일정에 있어서 일기예보에 따라 많은 손해를 감수하고 계획을 바꾸었는데, 정작 다음날은 예보와는 전혀 다른 날씨였다면 그 실망감과 배신감은 어느 정도일까?

어쨌거나 대한민국 기상청의 예보 능력이 그렇게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은 인정하면서, 그렇다면 왜 이런 실정인지 돌아보자. 개인적 견해로는 양이 질을 결정한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우리나라의 특히 대학에서 어느 분야의 전공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지를 보면 그와 관련된 분야의 우리나라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체육대학교는 물론, 심지어 고등학교까지 체육전문고등학교가 있고, 각 대학마다 스포츠 관련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보니,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한류를 이끌고 있는 드라마 역시 우리나라의 문예창작학과, 국문과, 연극영화과 등 대학마다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상과학은 대학의 어느 전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가? 얼핏 떠오르지 않지만 아마도 자연과학대학의 지구과학이나 천문학 정도가 떠오르는데, 이러한 전공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전공으로 선택해왔는지가 궁금하다. 결국엔 슈퍼컴 등 장비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과학자의 수준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기상관련 전공자를 대대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통일 후 한반도 전역의 기상 관측을 커버하고, 나아가 인접국가의 기상까지도 예보할 수 있는 능력을 지금부터라도 집중 배양해나가야 하겠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강수확률 60-70%의 폭우가 내릴 거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날씨예보에도 불구하고 간밤에 잠시 내리던 비가 그친 후 지금 점심 때가 다 되어가는데도 비는 고사하고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푸른 하늘빛만 보일 정도이니... 인터넷상에 떠도는 구라청이니 우리나라에도 기상청이 있나요?’라는 말들이 그리 심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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