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이 글은 아주 오래 전에 썼었던 글인데,
요즘 프로야구의 심판의 금전 수수 등이 이슈가 되는 것을 보니, 생각나서 다시 여기에 옮겨본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를 막론하고, 스포츠가 돈과 결부되면 어쩔 수 없이
심판에 대한 매수의 유혹도 따르게 마련인가 보다~~
그보다 오늘 밤에 있을 한국-이란, 중국-우즈벸의 축구 경기 결과가 궁금해진다.
심판의 오심이 없길 바라면서...]
그라운드(경기장)의 폭군(독재자)
나는 본래가 저녁형 인간이다.
그렇다 보니 요즘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독일월드컵 경기 시청 때문이다.
밤 10시부터 중계되는 경기를 거의 매일 두 경기 정도는 본다.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 거실에서 볼륨을 낮춰놓고
티비를 보고 있노라면 경기 그 자체에 나도 모르게 빠져 들게 된다.
그것이 어느 팀의 경기든 간에...
그런데
예전부터 느껴왔던 일이지만 이번에 새삼 더 크게 느껴지는 것 중에 하나가
심판의 판정에 오류가 많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순간의 오심 판정 하나가 승부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축구에 있어서의 결정적인 판정은 주로
반칙, 경고, 퇴장, 오프사이드 등이다.
이번 대회에는 유독 경고와 퇴장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럴수록 경기하는 두 팀 모두에게 공정한 판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어디 축구뿐이랴.
야구에 있어서의 세이프와 아웃,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대한 오판도
경기의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구기뿐만이 아니라 숏트랙 경기의 실격 판정 등,
다른 모든 경기가 다 오심의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경기들을 볼 때마다
차라리 전자기기 심판을 조속히 발명 도입하는 게 어떨까란 생각을 해보곤 했다.
예를 들면
야구의 스트라잌과 볼의 판정은 전자레이저 등의 기기를 계발해서
판정케 한다면 오심의 여지가 사라지게 될 것이며,
축구의 오프사이드 역시 수비수와 공격수의 색깔을 구별하는 레이져를 이용해 판정하는 기기를 계발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되면
너무 기계에 의존하는 인간미가 사라지는 경기가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그리고
오심이 있는 것은 어쩌면 심판 또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생각하니 경기 자체가 지극히 인간적이란 생각에
비록 오심의 여지가 있지만 지금의 심판 제도를 슬며시 옹호하게 되곤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나와 나 아닌 것과의 한판의 경기일진대(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我와 非我의 투쟁이라고도 했었다)
그 경기의 심판인 하느님의 판결 또한 항상 공정하지만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했으면 그에 걸맞는 점수가 주어져야 하건만
오히려 반칙 판정을 받고 점수를 잃는 수도 있고,
때로 상대편이 반칙을 해서 경고 내지 퇴장 판정을 받아야 당연하건만
오히려 점수가 주어지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그랬었기에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 또한
천하의 도적인 도척이 평생을 호화호식하며 살다 가고,
천하의 의인인 백이숙제가 굶어죽어간 역사에 대해
"하늘의 진리는 과연 올바른 것인가? 잘못된 것인가"(天道, 是邪,非邪?)라고 통탄하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그라운드의 폭군인 심판이나
우리 인생의 심판인 하느님이나 같지 않을까.
때문에 神이신 하느님도 정확한 판정을 못하는 마당에
어찌 일개 인간인 심판이 항상 정확한 판정을 하기를 바라겠는가.
다만 바랄 수 있는 것은
좀더 심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오심을 줄이도록 하고,
혹 잘못된 판정이 있더라도 그것이 고의적인 오심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축구 경기든 인생이든
오심 투성이인 경기의 결과인 승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경기 내용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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