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한 블로그에서 스크랩한, 세월호 침몰사고에 관한 외사기사 모음을 봤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심지어 태국까지 사고와 사후대처방안의 후진성을 지적하고 있었다. 정말 사고도 많았다. 비행기 추락사고, 지하철공사장 폭파사고, 지하철화재사고, 백화점붕괴 사고, 한강대교 붕괴 사고, 열차탈선 사고, 여객선침몰 사고..., 어디 인명피해 사고뿐인가,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은행이나 정부행정망의 해킹사고 등. 그때마다 국민 모두가 안전불감증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달라진 것은 크게 없이 사고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보다도 잠시지만 여기 중국에 살고 있으면서 느낀 중국인들의 안전의식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여기서는 산업현장 등 전문적인 분야에는 접할 기회가 없어 언급을 하지 않겠으며, 대신 일상 생활주변에서 직접 체험으로 느낀 것을 이야기하겠다. 우선 가장 불편하게 느끼면서도 자주 접하게 되는 게 지하철역이나 기차역 등에서 짐 검사를 하는 것이다. 모든 지하철역(광동성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이 그렇다. 불편하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를 테러를 대비한 것이라고 감내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거리든, 건물이든, 주차장이든 CC카메라가 그물처럼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중국이 신쟝, 티벳 등의 과격분리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어 그런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중국보다 더한 전쟁의 휴전상태,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휴전 중인 나라지만 일상생활에서 테러에 대비한 안전강구 행위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살기 좋다는 말도 되겠지만 반대로 위험에 완전노출된 상태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뿐인가, 아파트의 경우도 출입구, 현관, 경비 등 몇 겹의 보안이 중첩되어 답답하게 여겨질 정도다. 또 하나, 중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의 경적소리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서로를 짜증 내지 않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소음공해보다 사고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소음을 서로 용인하고 있었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데, 기차표는 반드시 신분증이 있어야만 살 수가 있고, 역사에 들어갈 때도 표가 있어야 들여보내 준다. 심지어 어떤 역에서는 신분증과 기차표상의 신분증 번호를 확인하기까지 한다. 그뿐인가,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옛날에 우리도 그랬듯이 답답하게 검표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개표도 없이 통과시켜 주는데, 그로 인해 무임승차가 엄청 많다고 한다. 개찰 없다는 걸 자랑할 게 아니라 그로 인한 손실이나 혹시나 모를 테러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음을 걱정해야 되지 않을까. 기차를 타서도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서는 승무원들이 다시 한 번 객차 내를 다니면서 표와 자리를 확인한다. 전에 침대칸에 탔을 때는 승무원이 표를 프라스틱 좌석표와 바꾸어서 받았다가 내릴 무렵에 돌려준다. 승무원 하나하나가 한결같이 제 맡은 일에 즐겁게 열심히 일한다. 그뿐인가, 좌석 위 선반 위의 짐들까지 하나하나 간섭하면서 떨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독한다.
또한 역사 입구 등 사람들이 많이 출입하는 곳은 거의 대부분 오히려 통로를 좁게 길게 빼어놓는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사고가 날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이다. 우리 같으면 당연히 전체를 다 열어놓아야 하겠지만...
작년에 갓 상해에 와서 중국은행계좌가 필요할 것 같아 집 주변의 한 은행에 들렀는데, 통장 개설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으나, 카드를 만드는 데는 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었다. 최종적으로 보안기기 하나를 같이 주는데, 카드를 사용하려면 그것을 연결해서 쓰야 한다고 했다. 사용법을 몰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간단하게 핸드폰 충전하는 데만 쓰고 있을 뿐 신분증 번호 기입해야 되는 인터넷쇼핑 등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신용카드는 사용할 때마다 비밀번호를 넣어야만 되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불편이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어쩌면 그 많은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운이 좋은 나라라고 여겨도 될 듯 하다. 주위를 돌아보면 어디 하나 100% 안전이 보장되는 곳이 없는데도 사고가 이 정도밖에 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 현정부가 안전을 정책의 우선 목표로 삼은 것은 정확한 인식이다. 그러나 현정부 출범 이후 지난 정권들에 비해 안전강화에 어떻게 특별히 노력했는지를 이 시점에서 정부, 특히 대통령은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말 전에 없는 실효성있는 정책을 강구해오고 있는 중이라면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함께 이해와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 만약 특별히 해 온 게 없다면 관련 고위직 공무원들을 모두 엄중 징계하고, 인선을 새로이 하여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안전대책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그것은 절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인가? 지금 일각에서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모든 책임을 현정부에 떠넘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돌아보면 우리나라 현대사 자체가 안전보다는 발전지상주의였다. 그것은 지금도 그러하다. 이러한 발전지상주의를 수정하지 않고서는 안전에 대한 어떤 담론도, 대책도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 국가는 옛날과 달리 그 존망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국가는 세계적인 대변화가 오기 전에는 쉽게 멸망하지 않으며, 미래 역사가 어느 정도는 장구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릴 게 아니라, 긴 시간 속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어서 우리 주변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도약할 힘과 기초를 다진다면 그 시간이 결코 무의미하거나 낭비는 아닐 것이다.
현 정부가 설정한 최고의 목표는 국민행복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전에 비해 전혀 행복해진 것 같지가 않고, 오히려 스스로들 더 불행해졌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왜 일까? 이 역시 우리가 발전지상주의에 눈이 멀어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못본 탓일 것이다. 세계의 그 많은 나라들과 무한 경쟁에서 우선 순위를 점하려면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효율을 제고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다 보니 무한경쟁에 내몰린 국민들은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프다. 그래서 점점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답답한 것은 우리나라의 교수집단이다. 학자들은 눈앞의 일희일비 상황이나 저널리즘보다는 진리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반인들보다 사회를 진단하는 능력이 날카롭고, 그에 따라 제시하는 대처방안도 조금은 고리타분한 것 같지만 진리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사회가 혼란할 때마다 교수사회가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곤 했었다. 그런데 작금의 실정은 어떤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잃고 선무당 같은 사람들만 저마다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 어찌 교수집단은 가만히 강건너 불구경인가? 하긴 그들도 변명할 말이 있을 것이다.
교사와 교수, 교육집단을 죽인 게 바로 그간의 여야를 막론한 정권들이었으니까.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건만 그 엄청난 국가최고의 정책을, 교육현장에 종사하는 교사, 교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교육관리나 정치인들이 짓주무르고 왔으니, 어쩌면 교수집단의 침묵이나 무대책도 그 후환의 하나일 것이다. 발전지상주의의 근저에는 철저히 자본중심의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어디 그렇지 않은 분야가 없듯이 교육 또한 경제논리에 종속시켜 버렸다. 최고 통치자[대통령, 장차관], 정치종사자[국회의원, 고위공무원]들이 이 논리를 굳건히 견지한 상태에서는 국민행복이란 현 정부의 모토는 허구요, 사기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우리 국민 모두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각오로 우리의 현재 위치를 철저히 검토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라고 했지만 당연히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사람 순으로 그 반성의 강도도 비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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