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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3.31] 완연한 봄날

by 유경재 2013. 4. 1.

일요일조차도 쉬지 못하고 수능준비를 위해 학교에 간 막내를 위해

사랑 가득한 엄마표 김밥을 싸서 학교로 배달한 후 곧바로 유경재로 달려간다. 

지금 보니 친구들 열 몇 명 쯤은 한 끼 충분히 떼울 수 있는 양인 듯. 

 

비록 아직 충주댐 가는 길, 가로수처럼 도열한 개나리와 벚꽃들은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건만

유경재 뒷곁의 산수유는 노랗고 작은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주까지도 보이지 않았던 꽃을.

그러고 보니 날씨가 좀 쌀쌀하다 싶어도 봄은 봄인 모양이다.

 

 

유경재 마당에도 연두빛이 부쩍 늘어나 누런 마른색을 좇아내어가고 있다.

 

연초록 부추도 그 작은 키를 부지런히 키워가고 있다. 

 

불에 그을린 잔디는 좀처럼 초록색을 아끼고 있는 모양,

그러는 사이에 군데군데 파란 장식처럼 이름모를 풀들이 먼저 초록색을 띠고 있다.

 

올해는 좀 힘이 들더라도 새롭게 이랑을 만들기 위해 우선 평토 작업을 하기로 한다.

다음 주 쯤에 퇴비를 뿌리고, 다시 그 다음 주 쯤에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다시 그 이후에 적당한 때가 되면 조금씩 채소를 심어면 되리라.

 

밭일을 끝낸 후

뒷산에 가서 나뭇가지를 주워와 이렇게 땔감도 넉넉하게 마련해둔다.

언제일지 모르는 그 날을 위해서...

 

긴 나무들은 어렵사리 끌고 내려와 이렇게 지극히 자연친화적인? 울타리를 만들어 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유치함에 웃을지라도... 

 

 

마지막으로 시각과 체감으로 느낀 봄을 몸속에도 전달하기 위해,

집 화단과 마당 등에서 쑥, 망초, 민들레, 돌나물, 냉이 등을 캔다. 

한나절이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봄은 이미 내 곁, 내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와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