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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진돗개 세리의 일기] 1박2일 동해안 삼척 여행을 떠나다

by 유경재 2012. 2. 16.

새해는 흑룡의 해라서 그런가

마치 하늘을 나는 용처럼 시간이 빨리 지나는 듯 하다.

 

1월이 언제던가 싶게 벌써 2월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2월 초 일주일 간의 상해여행 이후 금새 2월이 다 가버리는 듯해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상해 갔다온 후,

나를 맞는 세리는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다.

물고 뜯고 안기고 도무지 내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인연을 맺은 지 얼마되지도 않은데

이렇게 반갑게 굴다니,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들 하는구나 싶다.

그 정이 사람을 능가할 정도였으니...

 

귀국하여 새로 맡은 업무, 파악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가족들에게 소홀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지난 주말, 잠깐 짬을 내어

동해안으로 바람을 쇠러 갔다.

 

제일 문제는 세리를 어떻게 하느냐인데,

결국 함께 가기로 결정하였다.

 

세리로서는 난생 처음 접하는 바다와 백사장이 될 것이다.

 

목적지는 삼척,

충주에서 제천, 영월, 태백을 거치는 국도를 타고 가는데,

세리의 가장 큰 애로점은 심한 차멀미라는 것이다.

 

차에 탔다하면 침이 마치 비오듯 줄줄 흘러내리며

그러다가 급기야는 먹은 것 다 토하게 되니

세리로서는 여간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자꾸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 저절로 나을 시간의 문제일 것이다.

 

태백을 지나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소변을 본 후

눈을 보고 무척이나 좋아한다.

 

 

휴게소 뒷편의 개집에는 진돗개 성견이 어르렁거리고 있다.

이빨을 보니 금방이라도 철망을 끊고 나와 우리를 해칠 것 같다.

 

세리 같은 귀여운 진돗개가 저렇게 사납게 변한다고 생각하니....

 

우선 해변이 아름다운 장호항에 들렀다.

날씨가 마침 너무 깨끗하고 따뜻하여 나들이하기에 너무 좋다.

세리, 신난다.

 

계단도 폴짝폴짝 잘도 오르고 내린다.

 

푸른 바다, 기암괴석, 처음 보는 세리의 눈에도 아름답게 비칠까?

 

정신없다.

좁은 아파트에 갇힌 듯 살던 세리로서는 모든 게 신날 것이다.

그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이 없다.

우리 말도 잘 듣지 않는다.

 

바위 사위에 뭐가 있나 사람처럼 탐색도 해 본다.

 

장호항에서 삼척항으로 왔다.

삼척해변의 한 모텔을 숙소로 잡았는데,

문제는 똥개처럼 생긴 세리를 어떻게 방에 데리고 가느냐이다.

주인이 보면 분명 안된다고 할 텐데.

그래서 급기야 준비해온 가방에 넣고 들어간다.

세리도 상황을 파악했었는지 얌전히 말을 듣는다.

 

한 배에서 난 제 형제들은 지금쯤 차가운 마당에서 잠을 잘 텐데

세리는 방에서, 그것도 늘 이불 위를 고집한다.

 

오늘 하루 너무 새로운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정신적, 육체적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서 이내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모텔을 나와서 주변의 해변 산책에 나선다.

 

어째 시무룩하다. 무서워서인가.

 

비록 뒤가 위태롭지만 카메라를 위해 포즈를 잡아준다.

 

조용하던 것도 잠시, 금방 생기를 되찾아 통제가 안될 정도로 주변을 돌아다닌다.

 

 

 

삼척해수욕장이다.

처음 밟아보는 모래사장, 세리의 기분이 최고조로 오른다.

 

달리고 모래를 파고 장난하고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다.

 

물가에도 가본다.

 

 

파도가 밀려오니 백사장쪽으로 도망간다.

사람과 다름없다.

 

조개껍질도 탐색해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콜리 한 마리가 반갑게 세리에게 달려든다.

껑충껑충 거리며...

 

콜리는 7개월이 되었다고 하는데 몸집이 많이 크다.

어쨌거나 세리는 아직 3개월도 되지 않았으니 선배가 되는 셈이다.

덩치에서나 연륜에서나 한참? 위인 콜리가 끊임없이 세리에게 달려들고,

세리는 반갑지만 덩치의 위압에 눌려 피하면서 다가간다.

 

해변에서 놀기를 마치고

이사부광장공원으로 갔다.

잘 꾸며진 공원, 삼척은 관광객을 유인할 공원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보인다.

 

조각품에 올라 폼도 잡아본다.

 

내려갈래요.

 

사진 한 장만 찍자, 세리야~

 

이런 포즈는 어때요?

 

 

미끄럼틀에 올렸더니 순식간에 내려온다.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몇 차례 시도 끝에 겨우 이 정도 성공.

세리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다음에는 초곡의 촛대바위로 간다.

사진 고만 찍어요. 무서워요.ㅠㅠ

 

 

 

나오는 길에 다른 친구를 만났다.

외면하는건가.

짧은 1박2일의 동해안, 삼척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귀로에 올랐다.

올 때는 처음에 잠시 침을 흘리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잠자는 세리의 꿈에는 여행기간 동안 보았던, 경험했던 새로운 것들이 가득 나타나리라.

행복하게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