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흥부호, 9% 고도성장 구가 ‘기회의 땅’ 버리고 너도나도 미국行 엑소더스…겉으론 복지 불만·속으론 자산안전 확보 목적
1000만위안 자산가 60%“ 해외 이민 고려”
미국 부촌엔 이미 차이나타운 속속 형성
작년 11월 투자이민 신청자만 3000명 육박
이민자 39%“ 中 공교육 시스템 불만”
“노동법 태클땐 하루아침 쪽박 우려”
공산당 독재 체제에도 불안감 고조
“단물만 빨아먹고 사회적 책임 외면”
국민 80% 극도의 반감 드러내
일부선 국부유출 우려 목소리도
‘아메리칸 드림’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하는 요즘,미국행을 간절히 꿈꾸는 이들이 있다. 바로 중국의 젊은 부자들이다. 이들은 부자가 되려는 사람이 아닌 이미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지난해 9월 HSBC의 아태지역 부자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50만위안(약 9000만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한 중국 부자의 평균 연령은 36세. 맨주먹으로 재산을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가 다수다. ‘기회의 땅’은 오히려 중국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많은 중국 부자가 선택한 곳은 9%의 성장률을 구가하는 젊은 조국이 아닌,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미국이다. 자기 나라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데 이들은 왜 이민 가방을 꾸리는 것일까.
▶美 부촌에 들어서는 차이나타운=중국의 부자를 조사하는 후룬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중궈(中國)은행과 공동으로 1000만위안의 자산을 보유한 부호에 대한 이민 인식을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980명의 천만장자 가운데 14%는 이미 이민을 갔거나 이민을 신청 중이었으며, 46%는 이민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부자 중 해외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60%에 달한 것.
이들 가운데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33%였으며, 3년 안에 해외투자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30%에 달했다. 투자대상으로는 부동산이 압도적인 1위였다.
중국인 부자가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 둥지를 틀면서 이들 나라의 부촌에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 산마리노 지역에서 2010년 팔린 300만달러 이상의 고가주택 15개 가운데 11개가 중국인을 주인으로 맞았다.
중국 부자가 선호하는 또 하나의 이민 국가인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고급 주택인 ‘제임슨 하우스’와 ‘심포니 플레이스’는 중국인 이민 붐을 겨냥해 상하이에서 부동산 분양 설명회를 열었다. 단 며칠 동안 200여팀이 상담을 다녀가 성공리에 분양을 마쳤다. 이 업체는 분양된 주택의 절반이 중국인이라는 정보를 흘리면서 판촉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 투자이민(EB-5)을 신청한 중국인은 모두 2969명이었다. 미국 투자이민자 중 중국인이 4분의 3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934명이 승인을 받았다. 2007년 미국에 투자이민을 신청한 중국인이 270명인 점을 감안하면 4년 동안 무려 11배가 증가한 셈이다.
20년 전 만들어진 미국의 특별이민정책에 따라 100만달러를 투자해 창업하고 10명을 고용하면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인 가운데 이 같은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지난해 세계 경제 불황 속에서도 재산이 10억달러 이상인 중국 부호는 전년의 189명보다 더 많은 271명으로 늘었다. 또 1000만위안(약 160만달러)을 가진 부자는 96만명으로 전년보다 9.7% 증가했다.
캐나다는 2010년 이민의 문턱을 높였다. 투자이민 신청 가구의 순자산을 기존의 80만캐나다달러에서 160만캐나다달러로 올리고, 투자액은 40만캐나다달러에서 배로 높였다. 그런데도 통계에 따르면 캐나다로 이민 온 중국인은 2009년 3072명에서 2010년 5999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62.6%인 2020명이 투자이민자였다.
과거 중국의 우수 기술인력을 유치하고자 이민을 받았던 일부 선진국은 이제 중국의 자금이 더 달콤한 유혹이 되고 있다. 일부 중남미 국가는 저세율, 비자 면제 등 우대정책을 제시하며 중국인 투자 이민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드러난 이유는 교육,숨겨진 이유는 안전=여론조사 사이트인 아이댜오옌(愛調硏)에 따르면 중국 부호가 해외 이민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39%)이었다. 중국의 경직된 교육시스템과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컸다.
그러나 중국 부자가 이민을 선택한 이유가 온전히 자녀 교육에만 있지는 않다.
많은 중국 부자는 중국의 정치와 경제 체제에 대한 불안감(31%)이 크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부자가 이민을 가려는 숨겨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변과 자산안전 확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인터넷 논객인 저우광꾸이(周廣桂)는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부자의 중국 탈출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공산당 독재 체제는 부자보다는 가난한 이들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극좌파가 정권을 잡게 되면 부자로부터 세금을 걷어 가난한 이들을 돕는 ‘가난 평준화’ 시대가 오는 것을 부자는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 소도시 사업자의 경우 현지 정부 지도자의 눈밖에 나 세금이나 노동법 등으로 태클이 시작되면 하루아침에 쪽박을 찰 수 있는 곳이 중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사업가인 리(李)씨는 징지관차바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투자환경이 싫어서 이민을 결심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투자하고 싶은 분야는 제한이 너무 많고, 정부가 투자하라고 하는 곳은 돈이 안 벌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민 이유를 묻는 설문에서 ‘투자환경과 세금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27%를 차지했다.
또 중국 부자는 수익 리스크 분산을 위해 이민을 결정하기도 한다. 윌리엄 살라이트 주중 미국대사관 참사관은 “3~5년 후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에만 올인하지 않겠다는 부자가 이민을 떠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양극화가 커지면서 사회 전반에 번진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부자를 가시방석에 앉혀놓았다. 1%의 부자가 부의 70%를 점령한 중국에서 부자에 대한 혐오감은 전례없이 커졌다. 이들을 노린 흉악범죄가 극성을 부리면서 점점 더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이 밖에 환경오염, 먹을거리 공포 등 삶의 질 문제와 함께 집값 상승과 위안화 상승도 이민 러시를 부채질한다.
영국 이민자인 중국인 여성 뤄(羅) 씨는 “베이징의 집값은 선진국과 맞먹지만 누릴 수 있는 복지 인프라가 없다”면서 굳이 중국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민 간 부자는 ‘배신자’ 낙인도=중국인의 해외 투자 이민이 급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내에서는 국부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투자이민으로 지난 3년간 적어도 170억위안(약 3조600억원)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은 ‘푸파오파오(도망간 부자)’라는 말로 이민 간 부자를 빗대어 부르고 있다. 중국 쓰촨 대지진 발생 당시 학생을 버리고 먼저 도망 간 교사에게 붙은 별명인 ‘판파오파오(달아난 판선생)’를 패러디한 것이다.
중국 언론 환추왕(環球網)이 중국 부호의 해외 이민 붐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는 “개인의 자유를 막을 이유가 없다. 여건이 되면 떠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나머지 80%는 “개혁ㆍ개방의 혜택 때문에 부자가 된 이들이 단물만 빨아 먹고 사회적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다. 재산의 해외 유출을 정부가 제한해야 한다”며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다.
이민을 준비 중이라는 한 부호는 “이민자를 조국을 등진 배신자로 생각하는 분위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회원제로 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희라 기자/헤럴드 경제
원문보기: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20110000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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