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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가니 추위가 오네

[24절기] 대한(大寒):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

by 유경재 2021. 1. 18.

2021년 1월 20일은 절기상 대한이다.

대한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로서, 소한(小寒)과 입춘(立春) 사이에 드는 절기.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대한은 태양의 황경이 300°(춘분 기준)(360도 중의 300. 15도마다 절기가 배치됨. 따라서 춘분까지는 입춘315, 우수330, 경칩345도 남음) 날로 대개 양력 120~21일 무렵이며, 음력으로는 12, 즉 섣달에 드는 절기로 한 해를 매듭을 짓는 절기이다. '대한'이라는 이름은 '큰 추위'라는 뜻이며, 동지에서 한달째 되는 날이다. 이름은 가장 추운 날이라는 뜻이지만,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처럼, 한반도에서는 소한 기간을 강타했던 추위가 대한 무렵에는 물러나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의 고문헌에서 대한 이후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구분하는데, 초후(初候)에는 닭이 알을 낳고, 중후(中候)에는 새가 높고 빠르게 날며, 말후(末候)에는 연못의 물이 단단하게 언다고 기록되어 있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시작하여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지며 대한에 이르러서 최고에 이른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의 경험에 입각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가 115일께이므로 다소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죽었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 소한 무렵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춥다는 뜻이다. 추위를 나타내는 이러한 소한, 대한의 대척점에 해당하는 더위를 나타내는 여름철 절기로는 소서와 대서이다. 대서 때가 소서 때보다 더 덥지만 대한은 소한 때보다 덜 추운데,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의 북방지역이 그렇고, 실제로 중국의 남방 지역은 대한 때가 더 춥다. 그렇다면 소한, 대한 등 24절기는 언제 어느 시기에 만들어졌었는가?

24절기는 원래 중국 황하 유역의 황하문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그 시초는 춘추시대로 볼 수 있으며, 진한 시기에 확립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북방 황하유역은 대한이 소한보다 춥지 않았을 것인데 왜 절기 명칭을 바꾸어 붙였을까. 연구에 의하면 옛사람들은 사물은 지극하게 되면 반드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物极必反)라는 원리를 특별히 신뢰했는데, 그래서 추위와 더위의 교체 역시 마찬가지로 보았다. 만약 대한 후에 소한을 배치했다면 명칭의 의미상으로는 물극필반의 원리를 찾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 실제 날씨는 차치하고 오로지 소한, 대한이라는 두 절기의 명칭만으로 볼 때 추위가 처음에는 강도가 약하다가, 마침내 절정에 달하고, 이후 추위를 향하던 방향을 되돌려 따뜻함으로 돌아간다는 물극필반의 의미에 부합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식으로 설명하자면 여름철의 더위를 나타내는 절기인 소서와 대서의 순서와 맞추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

 

[대한 관련 속담]

-. 大寒一夜星谷米贵如金: 대한날 밤중에 별이 보이면 다음해 곡식이 황금처럼 귀해진다.(대한에 맑으면 그해 흉년이 든다는 뜻)

-. 大寒见三白农人衣食足: 대한 절기 때 세 번 눈이 오는 걸 보게 되면 농민들의 의식이 풍족하게 된다.(대한 시기에 눈이 많이 내리면 지면의 각종 해충들이 동사하게 되고 각종 농작물의 싹은 눈에 덮여 보온의 효과로 인해 봄이 되면 왕성하게 자랄 수 있게 된다. 또한 많이 내렸던 눈은 봄이 되면 모두 물로 변해 농작물에 도움이 된다.‘三白’: 대한 절기는 입춘까지 모두 15일 지속되는데, 이 시기에 세 차례 눈이 오는 것을 말한다.)

-. 过了大寒又是一年: 대한을 지나면 또 한 해가 간다.

-. 小寒大寒杀猪过年: 소한 대한에 돼지를 잡아 설을 쇤다.

-. 大寒不寒春分不暖: 대한에 춥지 않으면 춘분에 따뜻하지 않다.

 

-.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

-. 대한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

 

 

[대한 관련 한시]

<村居苦寒>(촌거고한) 시골의 삶 추위가 괴롭네

(), 백거이(白居易772846)

 

八年十二月원화(元和) 8(813) 12

五日雪紛紛닷새나 계속 눈이 날리네

竹柏皆凍死대나무 측백나무조차 모두 얼어 죽은 듯한데

況彼無衣民하물며 제대로 된 옷 한 벌 없는 저 백성들이야

回觀村閭間마을의 인가를 두루 살펴보니

十室八九貧열에 여덟 아홉 집은 가난한 집

北風利如劍북풍 찬바람은 칼처럼 살을 에는 듯

布絮不蔽身홑겹 적삼은 몸을 다 가리지 못하네

唯燒蒿棘火오직 쑥대 같은 들풀에 불을 지펴 견디며

愁坐夜待晨밤새 근심으로 지새우며 새벽을 기다리네

乃知大寒歲이제야 알겠네 대한 절기 때에는

農者尤苦辛농민들이 더욱 고통스럽다는 것을

顧我當此日자신을 돌아보네 이때의 나를

草堂深掩門초당 깊숙이 대문 닫아 걸고서

褐裘覆絁被갈색 가죽옷에다 비단이불 덮고 있으니

坐臥有餘溫앉아도 누워도 충분히 따뜻하네

幸免饑凍苦요행히 춥고 배고픈 괴로움 면했고

又無壟畝勤또한 농사일도 하지 않네

念彼深可愧저들을 생각하니 내 자신 얼마나 심히 부끄러운지

自問是何人스스로 물어보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주석]

回觀(회관): 두루 살펴보다. 村閭(lǘ)(촌려): 촌락, 마을. 는 마을, 골목의 대문으로 마을이란 뜻으로 대신 쓰였다. (hāo)(jí)(호극): 가시덤불 같은 것을 가리킴. 는 쑥. 은 가시나무. 農者(농자): 농부. 苦辛(고신): 고통, 괴로움. (): 그러나. (): 해당하다. 此日(차일): 대한 절기 엄동설한의 시기. 草堂(초당): 초가집. (): 깊이 숨은 듯. 掩門(엄문): 대문을 닫다. 褐裘(hèqiú)(갈구): 갈색의 가죽옷. (shī)(시피): 비단이불. 無壟(lǒng)畝勤(무롱무근): 농사일을 하지 않다. 壟畝는 논밭. (): 농민을 가리킴. : 심하다. 是何人(시하인): 어떤 사람인가. 이 구는 자신은 농사일도 하지 않는데도 무엇으로 여유있는 생활을 하는가 라는 뜻이다.

[요지]

대한 절기 엄동설한에 가난한 농민들은 배고픔과 추위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자신은 대문 닫아걸고 방안에서 따뜻한 옷과 이불로 따뜻하게 지내는데, 자신은 추위와 굶주림도 모르고, 게다가 농사일도 하지 않는데, 농민들을 보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한말 악부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글은 모름지기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文章合為時而著歌詩合為事而作: 문장은 시대에 맞게 지어야 하고, 시가는 사실에 맞게 지어야 한다)고 했던 신악부운동이 창작으로 구체화된 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