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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

[포항맛집][구룡포맛집] 해물국수의 독특한 맛 49년 전통의 까꾸네모리국수

by 유경재 2016. 7. 19.

어머님과의 구룡포 나들이,

호미곶 구경을 끝내고 찾은 곳이 바로 까꾸네모리국수.

모리국수는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와 함께 구룡포의 대표적 음식.

과메기도 애초에는 구룡포와 포항 지역에서만 먹다가 지금은 전국구 음식으로 유명한데,

이 모리국수고 조만간 전국적으로 유명해질 날이 멀지 않은 듯 ㅎㅎ


모리국수의 뜻에 대해서는 마치 과메기의 어원에 대해 여러 설이 있는 것처럼

여러 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빽빽할 삼자[森]의 일본식 훈독이 바로 모리이며,

그래서 여러 가지 해물들이 가득 들어간 국수라는 뜻이 있다.

그리고 모이다 라는 의미로 여러 가지 해산물이 다 모여 있는 국수란 뜻도 있다?

게다가 국수에 들어가는 해물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면서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작 국수를 끓이는 사람도 뭐가 들어갔는지를 자세히 모린다[모른다의 사투리]고 하여 모리국수라는 설도 있다.

어원이 어찌 되었던 간에

이 국수는 예전 뱃사람들이나 이 지역 사람들이 간단하게 팔고남은 해산물이나 잡은 해산물 여러 가지를 넣고 얼큰하고 푸짐하게 끓여서 끼를 떼우던 음식이었다.


네비에 모리국수라고만 찍어도 모리국수 하는 식당 골목으로 안내해준다.

주차는 길가 또는 공영주차장에 할 수 있다.

골목 안쪽으로 혜원식당 모리국수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그 뒷편으로 까꾸네모리국수 안내판이 보인다.

이왕이면 유명한 곳에 가보자는 아이들 말을 따라 조금은 민망스럽게 다른 식당을 지나 찾아들어간다.


골목으로 들어가 꺾자마다 보이는 까꾸네모리국수집.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보통 식사시간 때면 줄을 서고, 기다리는 것은 예사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간 시간은 일요일 오후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자리를 바로 잡을 수 있었고,

우리 뒤로 들어오는 사람은 아예 받지를 않았다.

6시까지 밖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폐문손님인가? 우리를 받고 바로 문닫는다는...ㅋㅋㅋ


공간이 좁다.

보이는 것과 같은 테이블이 4개 정도.

두세 사람 오면 합석은 당연할 듯.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다 보니,

다 먹고 나올 때는 이렇게 자리가 휑하다.


유일한 메뉴.

가격은 4인분부터는 1인당 5천 원.

저렴하다.

우리는 다섯 식구이니 당연히 5인분.

해물은 새우 빼고는 모두 국내산.


모리국수 시.

나무젓가락 끝으로 두런두런 팔뚝 굵은 사내들이 딸려나왔다.

육십년대 보릿고개 같은 어한기.

뱃사람들이 팔다남은 새우며 삼식이 아구를 가지고 와 국수 한 끼 끓여 먹어 모리라고 했다는...


기다리는 동안 시를 읽는다.

모리국수에 대해 이론적 이해를 먼저 하는 셈이다.

시가 적힌 천 아래로 국수상자가 가득 쌓여 있다.

아마도 면은 생칼국수를 쓰는 게 아니라, 공장에서 나온 칼국수면을 쓰는 모양이다.


메뉴판 옆으로 탁주라는 시도 걸려 있다.

다 읽었건만 호칭 때문에 내용이 심히 혼란스럽다.

제수씨는 실재 가족 중의 한 사람인 제수씨가 아니라,

친구의 아내에 대한 호칭일 듯...

작가는 이름으로 보아 여자일 듯 한데, 그렇다면 시가 얼마나 진실을 담을 수 있을까 의아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의미를 새기려고 설왕설래하는데,...


커다란 양푼이에 뻘건 고춧가루를 덮어쓰고 있는 모리국수가 상에 오른다.

보기만 해도 매운데, 실재 맛은 어떨까?



오늘 모리국수에는 아구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먹어보니, 그다지 맵지가 않다. 그냥 얼큰하다고 할 정도.

해장으로도 딱일듯 하다.


나야 물론 기대하던 이상의 맛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국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어머님, 느끼한 인공미를 싫어하시는 어머님조차도

맛이 괜찮다고 하신다.

양이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거의 국물까지 바닥을 보일 정도로 맛있게 먹었던 국수였다.

호미곶 구경 잘하고, 생전 첨으로 모리국수라는 국수를 맛있게 먹었던 구룡포행 나들이었다. 

식당을 나오면서 어머님과 주인 할머니의 짧은 대화,

허리가 편치 않아보인다고 하니, 이 식당을 49년 간 하면서 무거운 양푼이를 들고 왔다 갔다 해서 실재로도 허리가 좋지 않다고 한다. 거의 평생을 모리국수에 바친 셈이다.

아마도 동병상련이런가. 두 분 모두 이제는 좀 쉬엄쉬엄, 건강을 돌볼 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