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흥은 절강성에 속하는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시이지만 역대로 많은 유명인을 배출한 도시로 이름이 높다.
옛날로 거슬로 올라가면 순임금 때 황하의 홍수를 다스려 나라를 물려받아 하나라를 건국한 우임금으로부터, 이후 동진시대 서예의 성인 왕희지, 당대의 대문호 하지장을 비롯해 현대로 오면 모택동과 함께 현대중국의 토대를 마련했던 중국의 어머니 주은래, 그리고 잠든 현대중국인의 정신을 일깨운 대문호 노신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중국전공자가 아니라도 알만 한 사람들이 모두 소흥이 고향이라는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소흥은 중국의 양대 술, 즉 흔히 빼갈이라고 하는 도수 높은 백주와 10여 도의 도수에 반주로 적당한 황주가 있는데, 그 중 황주의 대표가 바로 소흥주인 것도 대단하고, 또 강남에 위치하다 보니 곳곳에 물길이 있는 수향이란 점도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 도시이다.
상해에 도착해 처음으로 타 지역으로 가는 여행지를 소흥으로 택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오늘부터 2박3일간의 소흥여행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5시도 되기 전에 잠이 깨어버렸다. 티비를 틀어놓고 자는둥마는둥 하면서 6시까지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나 세수하고 준비하여 6시 40분이 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빠른 것은 문제 될 게 없으나, 조금이라도 늦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되어 6시 30분이 채 못되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상해대학 역에서 지하철 타고, 정안사 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면 되는데, 문제는 2호선이 홍챠오역 두어 역 전에서 종점이라고 다 내리라고 한다. 일단 내려 다음차를 기다렸다가 그 차를 타려고 하는데, 그 차 역시 종점이라고 그 차 손님들까지 내려놓고 가버린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가고, 서서히 조바심이 나기 시작할 쯤에 도착한 차를 타고 홍챠오 역에 도착하니 역사의 규모가 좀 과장하면 인천공항 수준이라고 할까. 사람은 또 왜 그렇게 많고. 이동거리도 길고. 여차 하다간 제 시간에 차를 타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했다. 겨우 출발 몇 분 전에야 차를 타고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예정대로 10분이라도 늦게 출발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기차는 뚱처[動車]라고 하는 시속 200km대의 고속열차인데, 좌석이 아니라 이단 침대차를 좌석으로 대신 쓰고 있는 차였다. 윗칸에는 짐을 놓고 아래칸에 양쪽으로 각각 3인씩 앉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식당칸도 바로 옆에 있어서 늦은 아침을 과일로 대체할 수 있었다. 기차는 가흥남역, 절강동역 등 몇 개 역을 지나 대략 1시간 30분이 채 못되어 소흥북역에 도착했다. 상해에서 절강까지 철로옆 풍경은 끔찍한 광경도 목격되었다. 철도의 전선, 그리고 여러 개의 고압전선이 마구 난마처럼 얽혀있는 듯한 주변에 빌라형, 단독형 주택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아찔해보였다. 그런데 저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작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싶었다.
소흥북역은 고속철을 위해 새로 지어진 역으로, 역시 역사의 규모가 대단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서 직원에게 목적지를 말하니 다행히 B1 버스가 간다고 했다. 요금 4원을 내니 둥근 플라스틱 칩을 하나 주는데, 그것을 투입해야 승차장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 차가 도착해야 스크린도어가 열렸다. 마치 지하철을 흉내낸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러한 형태의 버스도 있고, 일반 버스도 있는데, 정거장을 달리 쓰는 것 같았다. 대략 한 시간 가량 걸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하니, 목적지가 시 중심지역인 모양인지 높은 빌딩과 오래된 거리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사람들이 번잡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그제서야 소흥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상해 홍교역.[홍챠오훠처잔]
고속철을 위해 새로 지은 역이다.
ㅁ
전철 때문에 걸음을 조금 재촉하게 된다.
그런데 오르락내리락 참 많이도 이동하게 한다.
전철역 들어갈 때마다 짐검사 하더니 여기서도 예외없네.
바쁜 것 눈치챈 것 같아.
드디어 검색대 통과, 다음은 어디로 가야지???
너무 넓다.
다시 표를 꺼내어 자세히 살펴본다.
표의 오른쪽 하단에 검표구[개찰구]가 12A라고 표시되어 있다.
빨리 찾아가자.
여기는 아니네.
우와~사람들 정말 많다.
여기도 아니고, 그렇담 좀더 가면 있겠군.
그야말로 거의 개찰구 문닫기 직전에 해당 개찰구를 찾아 나오니 또 이동,
드디어 플랫폼에 도착. 기차가 기다리고 있다.
어? 침대차잖아.
어찌된 일이지.
그것도 알고보니 표에 이미 명시되어 있었다.
오른쪽 중간위쪽 쯤에 루안워로 2등석을 대신함.
오히려 잘된 것이지 않나 싶다.
내 자리 33A를 찾아가니 이미 다섯 사람이 앉아 있다.
차표 뒷면이다.
휴대가능한 짐의 범위를 적어놓았다.
성인의 경우, 크기 160cm, 20kg까지.
본래 침대차로 쓰일 경우는 상하로 각각 2명, 네 명이 들어가는 공간인데,
의자로 쓸 경우 6명이 앉게 되어 있다.
중국인 일행의 말에 의하면 위에는 짐을 놓으면 된다고 한다.
그렇고 보니 아래에 각각 3명이 앉아도 넉넉하다.
드디어 기차가 상해를 벗어나고, 나는 복도의 접이식 의자에 앉아 창 밖 풍경을 감상한다.
그런데 풍경이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고압전선이 너무 많다는 느낌.
저 아래 사는 사람들은 과연 무사할까.
우리나라 같으면 전신주 설치 반대라고 난리가 났을 텐데...
첫역인 가흥남역에 도착.
바로 옆칸이 식당칸이다.
사진 찍는 모습을 안보는 척 하면서 째려 본다.
아침시간임에도 식당칸이 휑하다.
전당강 해조 관람하는 것으로 유명한 해녕에 도착.
아침식사를 대신해 과일 한 그릇 사서 먹는다.
드디어 절강성 성도인 항주. 항주동역에 도착.
여기가 그 유명한 전당강.
엄청 넓다.
매년 음력 8월 15일을 전후해 바다에서 밀려오는 밀물이 전당강 깊숙하게 까지 들어오는데,
그 높이가 10m 가까이 된다고 하니, 마침 추석이 가까와오니 조만간 한 번 가서 직접 봐야지.
강남이라 도처에 물이다.
1시간 20분 정도 걸렸나, 드디어 소흥에 도착.
소흥북역에 내린다.
내려서 1층으로 내려가니 가까이 버스정류장 표시가 보인다.
소흥북역의 옆모습.
이건 역사 옆의 건물. 무슨 건물일까.
소흥북역 비스듬한 정면.
조금 걸어가니 매표소가 나온다.
내가 예약한 호텔을 말하니 송매교정류장에서 하차해 조금 걸어가면 된다고 한다.
요금은 4원, 제법 먼 모양이다.
표 대신 이런 플라스틱 칩을 준다.
탈 때 이걸 넣어야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내릴 때도 이걸 넣어야 정류장을 빠져나갈 수 있다.
버스정류장이 지하철 개념을 모방한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버스정류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반버스정류장도 있었다.
버스 안.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사람들이 버스에 오른다.
다시 닫힌다.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소흥시내가 가까와졌나 보다.
높은 빌딩들이 여기저기 높이를 경쟁하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호텔을 찾아 걸어간다.
부근이 옛날 거리인 모양이다.
고풍스런 정취가 물씬 풍긴다.
자그마한 다리 하나를 놓더라도 실용과 함께 미적인 요소를 감안한 듯.
강남 수향, 소흥에 드디어 도착.
호텔 바로 옆에 이렇게 큰 서점도 있다.
그리고 호텔과 서점 사이에 이런 패방이 세워져 있다.
영원한 서예?
나중에 알고보니 이 패방 안의 마을이 바로 동진 때 왕희지가 거처했던 곳으로, 왕희지고거 옛거리였다.
이제 호텔로 들어가 짐을 풀고 소흥여행을 시작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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