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청명이 식목일인 4월 5일(일요일)이고, 그 다음날이 한식절이다.
한식은 중국의 춘추시대 진문공 때 충신 개자추(介子推)와 관련된 전설이 서려있는 명절로서,
이 날은 주로 조상의 산소를 살펴보는 성묘의 풍속이 전해져온다.
나 역시 마침 주말이기도 해서 시골을 찾았다.
오랫만에 가는 시골이기에 2박 3일 일정으로 금요일 오후에 낙향, 일요일 오전에 귀가하는 걸로 계획을 짰다.
며칠 전 미리 모녀가 홀로 계신 어머님을 뵈러 갔었기 때문에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갔다가 함께 충주로 오기로 하고, 충주터미널로 향했다.
바쁠 때는 택시를 타기도 하는데, 요즘은 시내버스 이용도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시내버스를 탔다.
집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음성과 함께 곧 버스가 도착한다는 안내가 떴다.
작은 버스정류장이건 안내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출퇴근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면 좌석도 거의 넉넉하다.
무엇보다도 택시나 승용차보다 시선이 한 차원 높아 좋고,
내가 운전하지 않으니 창 밖 풍경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터미널까지의 소요시간도 택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구까지는 두 종류의 차가 있는데,
종전부터 있었던 수안보, 문경, 상주 등에 정차하는 완행버스와 근래에 생긴 중간에 정차 없이 바로 대구까지 가는 무정차버스가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모두 북부정류장에 제한되어 경주 포항 방면으로 가려면 대구에서 다시 동부정류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북부정류장에서도 경주 포항으로 가는 버스가 자주는 아니지만 꽤 있었다.
대충 검색한 바로는 16:30에 포항으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다고 하여, 거기에 맞춰 대략 두 시간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 14:00 버스표를 끊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정차 대구행 버스는 승객들이 별로 없었는데,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아니면 그 사이 대구 충주 간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지 좌석이 거의 다 찰 정도였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봄을 찾아 남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차창 너머로 스쳐가는 흐린 봄날 풍경이 저으기 시적이다.
두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버스표부터 끊었다.
터미널 마당에 드문드문 서 있는 벚나무에 하얀 벚꽃이 만개해 있다.
충주는 아직 채 피지 않은 시기인데도...
제2의 고향이 다름 없는 대구,
그냥 보고만 있어도 정겹다.
터미널 앞 진입도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이 없다.
다시 버스에 오른다.
거의 만원이다.
포항 터미널에 도착하니 모녀가 차로 마중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단 며칠만의 재회런만 반갑기 그지없다.
모처럼 포항에 왔으니 죽도시장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회를 사기 위해 시장에 들렀는데, 시장 어귀에 이상한 물고기가 보인다.
바로 개복치.
이 지역에서는 두티라는 상어껍질과 함께 잔칫날 필수 음식으로 꼽히는 음식 중의 하나다.
저것을 푹 삶아서[젓가락이 푹 들어갈 정도]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오랫만에 옛날 그맛을 다시 보기 위해 좀 샀다.
이놈들이 바로 개복치.
신기하게도 생겼다. ㅋㅋ
시골에 도착하여 반가운 회포를 푼 후 바로 죽도시장에서 사온 음식을 상에 펼쳤다.
좌측 하단이 바로 삶은 개복치. 오른쪽은 회. 중간의 검은 것은 해삼.
살아있는 문어도 작은 걸로 한 마리 사와서 삶아서 상에 올렸다.
개복치.
꼬들꼬들 매끌거리는 그 식감이 그만이다.
회는 아예 무침회로 만들고.
싱싱한 해삼이 씹기에 부드럽다.
술을 몇 병이나 비웠던가.
돌아가신 부친 생각에 또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가.
그렇게 밤은 지나고, 토요일, 마침 안강의 오일장이 열리는 날,
어머님을 모시고 네 사람이 시장에 아버님 묘소에 심을 측백나무 두 그루를 사서 산으로 갔다.
그리고 삼대가 힘을 합해 나무를 심고 잔디를 보살피고 성묘를 한다.
나무를 다 심은 후, 미리 준비해간 물을 준다.
나무를 좀더 심을 수 있지만 아직 좌우로 입주하지? 않은 산소 때문에 나중에 작업할 때를 고려해 지금은 이 정도에서 그치기로 한다.
이른바 가족묘지,
10년 전만 해도 휑하더니만 어느새 이렇게 차 있다.
주변에는 진달래가 이미 시들기 시작하는 중이다.
운곡서원 앞의 벚나무에도 벚꽃이 한창이다.
지기 시작하는 개나리꽃.
무슨 꽃인가.
매화? 집 뒤꼍.
집 앞.
재피나무.
추어탕에 필수인 재피가 열린다.
어린 잎을 따서 초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괜찮다.
길가는 이미 완연한 봄이다.
봄풀이 어느 새 이렇게까지 푸르게 자라있다.
팔릴 뻔 했던 강아지 두 마리,
개목테를 사서 묶어 두는 것으로 어머님과 타협한 끝에
집에 남아있게 된 두 마리 개.
그 사연을 아는 지 더욱 좋아한다. 묘기까지 부린다. 이런데도 팔 꺼예요? 라고 하듯이...
조금 덩치가 큰 흑치상지.
큰 덩치만큼 흰 놈에 비해 점잖고 어젓하다.
고양이도 개와 스스럼 없이 잘 지낸다.
그렇게 시골에서 2박 3일 일정은 '편함'이란 기억을 남기고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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