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확대’와 ‘공급측 개혁’ 동시 추진
실물경제에 대한 지원 강도를 한층 높일 전망
경제·공급망 안보에 초점 맞춰 자립형 공급망 구축에 국가적 역량 총동원 예상
향후 5년을 책임질 당 최고 지도부를 선출하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이하 ‘20차 당대회’)가 10월 16일 베이징서 막을 올렸다. 전국 성(省)별 대표대회를 거쳐 선출된 2296명의 당원 대표와 83명 특별 초대 대표, 총 2379명 중 질병 등 원인으로 39명이 불참한 가운데 최종 2,340명이 이번 당대회에 참석했다.
개막식 직후 시진핑 당 총서기가 19기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20차 당대회 업무 보고’를 했다. 집권당인 중국공산당의 지도부 업무 보고는 향후 5년 중국 정치·경제·사회·외교 발전 방향 및 주요 정책과제를 제시하기 때문에 대내외 관심이 집중되었다. 20차 당대회 보고에서 제시된 중국 주요 정책 방향 및 과제를 아래 5개 포인트로 분석해 본다.
1) 중국식 현대화
현지에서는 ‘중국식 현대화’를 이번 당대회 업무 보고의 핵심 키워드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의 핵심 과제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두 번째 백년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 추진함으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5년은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전면적 건설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중국식 현대화’는 과거 최고 지도부에 의해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이번 회의에서 개념을 명확화하고 ‘중국식 현대화’ 실현을 위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는 거대한 인구 규모의 현대화, 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현대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현대화,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현대화, 평화적 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라고 명확하게 규정했다. 중신(中信)증권연구소, 광다(光大)증권연구소 등 연구기관들은 당 최고 지도부가 ‘중국식 현대화’를 새로운 전략 방향으로 확정하고 이에 따라 향후 5년 국정 운영의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거대한 인구 규모’를 가장 앞부분에 둔 것은 중국의 거대한 노동력과 내수시장을 ‘내수위주, 국내외 순환이 상호 작용하는 쌍순환’의 경제구도 구축에 충분히 활용하는 한편, 중국의 인구구조 급변을 직시하고 ‘공동부유’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식 현대화’와 국정 운영 방향>
중국식 현대화 | 국정 운영 방향 |
중국공산당이 영도 | - 당 중앙의 각 분야에 대한 관리·통제 전면 강화 |
거대한 인구 규모 | - 거대한 인구 규모(노동력·내수시장)에 기반한 ‘국내대순환’의 新경제구도 구축 - 인구구조 급변을 직시하고 민생체계 개선·분배구조 개혁 심화 |
전체 인민 공동부유 | - 민생복지 증진 및 인민 생활수준 향상 - 시장체제·분배구조 개혁 심화 |
물질·정신문명 상호 조화 | - 문화산업, 현대 서비스업 발전 가속화 |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 | - 탄소중립 전환, 친환경 산업 발전 가속화 - 환경단속 상시화 |
평화적 발전 | - 고수준 대외개방 - ‘일대일로’ 등 전략을 통해 대외협력 강화 |
[자료: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중신(中信)증권연구소 등 종합]
2) 고수준 발전
이번 당대회에서 ‘고수준 발전(高質量發展)’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첫째 임무로 확정했다. 현 지도부의 질적 성장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내수확대’와 ‘공급측 개혁’ 동시 추진을 강조하고 ▲산업망의 유연성·안전성 문제를 제기했으며 ▲경제체질을 개선(=질적 수준 향상)함에 있어 합리적 양(量)적 성장도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장은 향후 중국 정부가 질적 성장을 위해 ‘공급측 개혁’과 내수시장 부양을 위한 ‘수요측 관리’를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출범 초기부터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과잉공급을 해소하고 시장요소 개혁을 심화해 생산요소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공급측 개혁을 추진해왔다. 집권 2기부터는 미중 디커플링 심화 및 역세계화 추세,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 등 외부환경 악화로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을 중국 국정운영의 기본원칙으로 확정하고 내수시장 부양을 통해 국내대순환 구도를 형성하는데 주력했다. 향후 5년 중국은 외수(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투자·소비 업그레이드를 가속화하는 등 경제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실물경제에 대한 지원 강도를 높이고 안정적 공급망·산업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산업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의 중국 경제에 대한 영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보고에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도 보장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수준 발전’은 ‘발전’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보고에서는 “발전은 공산당 집권과 국가흥성을 위한 첫 번째 주요 임무로, 튼튼한 물질적 기초가 없다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전면적 건설도 없다”고 경제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 양적 성장 목표를 ‘합리적’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경제의 양적 지표보다는 경제체질 개선과 내실화에 집중하는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내순환 위주의 쌍순환 구도>
[자료: 중신(中信)증권연구소]
3) 소득분배제도 개혁
시 주석의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共同富裕, 다 함께 잘살기)는 별도의 챕터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보고에서 처음으로 “1차·2차·3차 분배구조의 협동적 발전 체계를 구축”하고 “노동 소득의 1차 분배 비중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8월 제10차 중앙재경위 회의에서 제시한 “고수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 촉진”의 국정기조를 구체화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중국의 주민 소득 격차, 청년 실업문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도시주민 상위 20%와 하위 20%의 가처분소득 격차는 시진핑 집권 첫 해인 2013년 5.84배에서 2015년 5.32배로 저점을 찍고 2019년 5.9배까지 확대됐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6배를 돌파한 후 2021년까지 2년 연속 6.1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올 7월 2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고용 및 소득 불안으로 소비 회복세가 미진하면서 취업난 해소 및 소득분배 개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청년 실업률과 도시주민 가처분소득 격차>
[자료: 국가통계국]
중국은 1차 분배에서의 노동 소득 비중을 제고하기 위해 ▲취업난 해소, ▲직업훈련 제도 강화, ▲노동 시장 구조 개선, ▲사회보장체계 완비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지역균형 발전, 신형도시화, 농촌진흥 등 전략을 계속하여 추진하는 등 민생 개선·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춰 ‘고수준 발전’과 균형을 유지할 방침이다.
4) 안전·안보
시진핑 주석이 20차 당대회 보고에서 ‘안전·안보’(安全)를 수십 차례 강조하면서 ‘안보’가 향후 경제·산업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업무 보고에서 중국 지도부가 처음으로 ‘새로운 안전·안보체계로 新발전체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新발전체계는 ▲고도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현대화 산업체계(교통·제조업·인터넷·품질·항공우주·디지털 강국), ▲농촌진흥, ▲지역협동발전, ▲고수준 대외개방을 포함한 중국경제발전체계를 의미한다. 향후 중국이 시장개혁을 심화하고 경제·산업 정책을 제정, 시행함에 있어 안전(안보)를 전제로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방국가들이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을 배제한 신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역세계화로 각국의 산업망·공급망 배치가 ‘효율 최우선’에서 ‘안전 최우선’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도 경제안보, 안전한 공급망·산업망 구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식량안보’, ‘안전한 자주형 공급망 구축’, ‘기술자립’ 등 이번 업무 보고에서 언급한 분야의 안보 강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시 주석이 “새로운 자원배치체계(擧國體制*)를 구축해 국가 전략적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혁신체계의 전반적 효율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한 대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19차 당대회 보고서의 “기업과 시장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산학연 심층 융합의 기술혁신 체계”라는 표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 관영 싱크탱크의 연구원 D씨는 KOTRA 베이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핵심 기술, 특히 ‘차보쯔(卡脖子·목을 조르는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육성·지원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 정부가 전국 자원·역량을 동원, 배치해 목표를 달성하는 특수한 자원배치 및 조직방식
<중국 경제·산업 정책 안보 강화 전망>
분야 | 정책 전망 |
식량 안보 |
- 경작지 18억 무(畝) 마지노선·식량자급률 95% 이상 확보 - 곡물 공급·가격 안정화 대책 강화 - 곡물, 특히 대외의존도 높은 사료용 곡물 재배면적 확대 - 종자업 육성 및 농업 과학기술 발전 가속화 |
공급망 | - 독자적 기술개발, 산업 육성을 통한 기술 자립,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통해 전방위적인 대중 압박에 대비 - 핵심 원자재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자국내 생산량을 확대하며 산업고도화에 박차 - 경제우군을 확보하고 자국 중심의 지역 협력체계를 구축 |
기술 | - 기술혁신, 핵심 기술에 대한 지원 강화 |
[자료: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5) 선립후파(先立後破: 세운 후 낡은 것을 깨뜨린다)
아름다운 중국 건설과 탄소중립 전환 등 친환경 정책 방면에서 시 주석은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의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불파불립(不破不立)이 아닌 탄소저감·환경오염 감소·녹색 전환·성장을 협동적으로 추진하는 ‘선립후파’(先立後破: 세운 후 낡은 것을 깨뜨린다)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에너지 원료 공급을 보장하고 중국 실정에 입각해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산업 육성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중국은 2021년 강도 높은 에너지 소모 통제 정책의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겪은 후 속도 조절에 나섰다. 2022년 경제운용 방향을 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에너지 공급난 문제를 되짚으며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올해 연초부터 에너지 공급·가격 안정화 대책을 강화하면서 전력난 재연을 방지했다. 전문가들은 ‘2030년 탄소피크, 2060년 탄소중립’이라는 장기적인 로드맵에 맞춰 에너지 소비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친환경 산업 육성·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 및 시사점
20차 당대회는 10월 22일까지 7일간 개최된다. 이번 대회의 주요 안건은 19차 당 대회 중앙위원회 보고, 19차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업무보고서 심의, 공산당 당헌인 당장(黨章) 개정안 심의 및 통과, 20차 당대회 중앙위원회 선출 등이다. 폐막일인 22일 20기 당 중앙위원 명단이 공개되고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이 사실상 공식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경제노선인 ‘시코노믹스’(시장보다 정부 역할 강조) 기조가 향후 5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고수준 발전’ 정책과 ‘경제안보 강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중국의 산업고도화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중국)자급률 향상 및 수입수요 감소,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심화로 중국은 자립형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자국 우선 공급정책을 펼치고 있다. 관련 정책, 산업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중국사업 전략을 수립, 수정할 필요가 있다.
자료: 신화사,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중신(中信)증권연구소, 광다(光大)증권연구소 등 KOTRA 베이징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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