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2012.4.8] 한해 농사 준비

by 유경재 2012. 4. 8.

벌써 4월도 중순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도 올해는 유경재를 아예 내팽개쳐두다시피 방치하고 있다.

아무도 관심이 없다.

나만 속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일요일이다.

무조건 유경재에 들러 지난 해 흔적을 좀 지우고 농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아는 도서관으로, 세민이는 양평, 세비는 서울, 정별은 청주...

모두다 바쁘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가장 시간이 많은 사람인가보다.

어쨌거나 세아를 도서관에 데려다 준 후 그길로 바로 유경재를 찾았다.

 

길가에 자라난 풀이 제법 파랗다.

파란빛이 없을 때 오고 오늘이 첨인 것 같다.

 

부추 심었던 자리에도 어린 부추가 연녹색으로 두 줄 돋아나고 있다.

 

토끼풀은 가을, 가장 늦게 시들었다가 봄, 가장 일찍 소생하는 풀이다.

잔디밭 옆으로 마치 자기네들 영역처럼 넓게 자라나고 있다.

 

작년에 심었던 고추나 방울토마토 등의 지줏대가 아직 그대로다.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이 보면 이 집 주인이 얼마나 게으른가 흉을 볼 게 뻔하다.

 

 

 

비닐도 그대로 있고.

오늘은 일단 지줏대를 제거하고, 비닐을 걷어내어 밭이랑 일굴 준비를 해 두자.

 

 

 

 

 

 

지줏대를 뽑고, 노끈 떼내어 치우고, 비닐 걷고 하다보니 이마로부터 땀이 흐른다.

비닐을 걷을 때는 한 줄을 걷는데도 팔이 아프다.

갈증도 난다.

오랫만에 하는 일이다 보니 여기저기가 아프단 신호를 보내온다.

이럴땐 새참으로 막걸리 한 잔이 즉방이리라. 

 

 

 

근처 가게에 가서 막걸리 한 병을 사 와서

묵은 김치를 안주로 하여 연못가 바위 위에 앉아 새참을 먹는다.

 

아무도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연못의 물을 희롱한다.

 

작은 돌맹이를 던지니 동심원으로 파문이 퍼져나간다.

 

 

올해도 현관앞 우체통에는 새들이 막 집을 짓기 시작했다.

여기뿐이 아니다.

주방 가스렌지 후드의 배기관 안에서도 새 소리가 들린다.

 

막걸리 한 병에 다시 힘을 내어 남은 일을 말끔하게 끝낸다.

뽑은 지줏대는 깨끗하게 흙을 털어서 창고에 보관하고,

걷은 비닐은 깨끗이 흙을 털어서 최대한 부피를 작게 말아서

동네 삼거리 비닐 수거장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벽돌과 돌들을 나름대로 역할을 할 제 자리에 갖다 놓았다.

 

바짝 마른 묵은 풀들은 불에 태워야 하는데, 요즘은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다음 기회로 미룬다.

 

 

울타리도 얼기설기 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