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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2010.10.30]된서리 맞은 유경재

by 유경재 2010. 11. 2.

 지난주 왔을 때만 해도 유경재의 생명력과 푸르름에 대해 극도의 찬사를 보냈었는데,

딱 일주일만에 들른 유경재는 그야말로 제초제를 맞은 풀밭처럼 누런색 일색이었다.

주중의 이른 반짝 추위로 인해 푸르른 대부분의 것들이 얼어서 누렇게 시들어 있었다. 

그래서 중국의 대표적인 전원시인인 동진(東晉) 도연명(陶淵明)은

그의 <귀원저거>(歸園田居) 시에서

전원생활 중에 늘 걱정되는 것이

"자신의 농작물이 서리와 눈 때문에 잡초와 함께 시들어죽는 것"常恐霜霰至(상공상산지), 零落同草莽(영락동초망)

이라고 했었던가. 

 

여름 내내 생명력을 구가하던 호박은 저렇게 언채로 시들어버렸고,

 

그야말로 끈질기게 생명력을 구가하던 저 방울토마토 역시

자연의 섭리 앞에선 맥을 추지 못하고

 

방울토마토의 위세에 눌려 거의 기를 펴지 못하다 뒤늦게한두 개 열매를 맺기 시작하던 토마토는

저렇게 마지막 정열을 쏟아부은 열매 하나를 남기고 사라지고 만다.

 

역시 뒤늦게 생명을 노래하던 가지도 서리를 맞고 힘없이 시들어가고

 

마지막 열매 한 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려던 오이마저 줄에 매달린 채

얼어죽는다.

 

제법 크게 자란 호박은 그래도 추위를 견뎌낸 듯,

그 위에는 이제 막 알에서 깬 듯한 달팽이 한마리가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그렇게 극심하던 해충들도 물리쳤건만

그깟 서리 앞에서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

 

이 밭에서 유일하게 서리의 공습을 견디는 치커리,

너가 정말 대단하다.

 

잔디도 보기 좋게 누렇게 물들었고

 

한 번의 실패 후 그것을 만회라도 해줄 듯 다시 자라기 시작하던 옥수수도

이번 서리에 그만 의지를 꺾고 만다.

 

여름 내내 애호박 하나로만 만족했던 뒤꼍의 호박이

이제 마지막 불꽃을 피우려 할 즘,

그만 된서리를 맞고 동사하고 말았다.

 

토끼풀, 얼마나 연약한 이름이더냐.

그런데 서리 앞에 유일하게 푸름을 잃지 않은 잡풀이다.

 

산수유 열매가 자꾸만 붉어가는 가을이다.

 

산수유는 붉어가고 하늘은 파래지고

 

 

높지 않은 뒷산도 이미 단풍으로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