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의 <무진기행 (霧津紀行)>이란 단편소설이 있다.
중고등학교 사춘기 시절에 읽은 기억이 아직까지도 그다지 흐리지 않게 남아있는 것은, 당시에 그 소설에 그만큼 흠뻑 빠져 읽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주인공을 감싸고 있는 무진이란 시골의 안개 자욱한 몽환적 분위기가 지금까지도 안개만 보면 저절로 기억 한 켠에서 피어오르는 것은 왜일까.
가을은 오행으로 볼 때, 金에 속하는, 수락석출(水落石出)의 계절이다. 남성의 계절이다.
그래서 이 때가 되면 유난히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곧잘 허공을 떠도는지도 모르겠다.
여름 내내 줄창으로 내리던 비도 가을이 되자 너무 가문다 싶을 정도로 허공에 습도는 낮아지고, 매일같이 따사로운 가을햇살이 유혹적으로 대지를 비추고 있다.
요며칠은 일교차 또한 엄청나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마다 짙은 안개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지 않는데도 안개는 여전히 짙다.
은행나무 가로수도 점차 녹색이 바래져 노란색이 늘어나고 있다.
조만간 저 잎들도 모두 떨어지고 매서운 겨울이 찾아오겠지.
동문 쪽 입구에는 며칠 사이 모습이 확 달라지고 있다.
내년 초 쯤에는 또 몇 동의 원룸이 들어서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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