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라, 각종 행사가 연이어지면서, 그에 따라 잦은 술자리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16일은 등산을 하기로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비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일요일에도 비소식은 있었고,
아침부터 약한 비가 계속 내렸지만은 우의를 챙겨서 작년에 가려다 산불로 입산통제되어
가지 못했던 제천, 원주의 감악산으로 향했다.
우의를 껴입고 짐을 단도리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계곡이 장관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수량도 매우 많았고,
안개와 비 때문인지 마치 원시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칠 것 같던 비는 꾸준히 부슬부슬 내리고,
사위는 안개로 뿌옇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비오는 날의 산행의 묘미를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다.
코스는 만남의 광장-마당바위-정상-백련사-만남의 광장으로 잡았다.
처음 계곡을 따라 평탄하게 갈 때는 몰랐는데,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경사가 급해지고, 간간이 바위코스도 나타났다.
등산하면서 늘 느낀 것은 아무리 하찮은 산이라도 대개는 깔딱고개라고 불리는
힘든 코스가 있게 마련이란 것.
산에 따라 그 코스가 얼마나 길고 험한가의 차이가 있을 뿐.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매번 느낌은 당시가 가장 힘들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공통점은 일단 깔딱고개를 넘은 후부터는 산행이 비교적 순탄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실재로 순탄하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대개는 이미 혹독한 시험을 거쳐 험난함에 대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어느 인생인들 깔딱고개가 없는 인생이 있겠는가.
순탄하기만 한 인생은 어찌 고도를 높일 수 있을까.
내 앞에 닥친 힘든 시기, 그것은 분명 산의 깔딱고개이리라.
그 고개를 힘들다고 포기한다면 어떻게 목적지 정상에 오를 것이며,
어찌 제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있으랴.
정상을 밟지 않으면 늘 뭔가 허전하다.
등산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요즘은 언저리 산행도 유행한다고는 하지만...
산 아래쪽은 벌써 져버린 철쭉이 이곳은 이제 절정을 맞고 있었다.
내 삶의 깔딱고개, 젖먹던 힘까지 발휘해 넘어서
내가 바라는 삶의 정상으로 나아가자.
이 고개를 만나면 힘을 분산해선 안된다.
나중에 발휘할 모든 힘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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