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자리, 즉 두진아파트 앞에 있을 때 포스팅한 것]
그렇게도 지리하고 무덥던 여름도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어제는 하루 왼종일 어슬어슬 춥기까지 하였다.
퇴근길 차안에서 얼핏 마주친 감자탕집 간판,
그래 오늘은 저집으로 가보자.
감자탕!
내가 이 요상한 요리를 처음 접한 것은 나이가 30으로 접어들 무렵이다.
그때 첫 서울 생활, 고려대의 모 연구소에 근무할 때다.
총각으로 숙소는 고대앞 제기동의 하숙집.
퇴근하고 귀가할 때면 제기 시장을 지나게 되는데,
크지 않은 그 시장 골목 좌우에는 튀김닭, 순대 등 각종 먹거리가 풍성했었다.
그 중의 한 집에서는 큰 뚝배기에 돼지뼈와 통감자를 넣은 이른바 "감자탕"이란 걸 팔고 있었으며,
그때 처음으로 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었다.
지금 기억으로 가격도 매우 쌌다고 생각되는데,
아마 한 뚝배기에 1,500원 정도 하지 않았나 싶다.
뿐만 아니라 뼈에도 살이 실하게 붙어 있어 한끼 요기를 겸한 안주거리로 충분했었다.
하루는 대구에서 후배 하나가 찾아왔길래
그 집으로 안내했었는데,
그 역시 처음 접하는 음식에 눈을 둥그렇게 뜨며
이거 무슨 공룡뼈탕 같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다시 대구로 내려오고,
마치 나를 따라 내려온 듯 대구에도 하나둘 감자탕 집들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가격은 거의 10배에 가까왔고,
배고픈 자취생들을 위한 구휼용 음식에서
일종의 비싼 요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충주에도 감자탕집이 더러 있지만 그 중에서도 충주 입성 때부터 단골로 다니던 곳은
바로 전국 프랜차이즈점인 조마루감자탕이다.
위치는 시청에서 옛 군청으로 넘어가는 길 어귀,
두진 아파트에서 연수상가로 이어지는 일방통행로 끝모퉁이다.
몇 달 전에 잠시 문을 닫았었는데,
아마 그 때 주인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내부 홀이 널찍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렇게 방바닥보다는 의자에 앉는 것이 좋은데,
특히 충주에는 거의 모든 식당들이 이렇게 방바닥 구조를 하고 있다.
충청도 양반이라서 그런가...
메뉴표
그동안 전혀 몰랐었는데,
오늘 보니 돼지가 캐나다산이었다.
이런~일이ㅜㅜ
그렇다면 이제까지 줄곧 수입산을 썼단 말이네.
하긴 근래 감자탕집에 국산 돼지뼈를 쓰는 곳을 본 적이 오래가 된 듯도 하다.ㅠ
감자탕 소.
양이 많다.
3-4인이 먹어도 될 정도다.
감자는 그다지 비싸지 않을텐데도
통감자는 어디가고 얇게 썬 감자 몇 조각뿐이다.
그러나 이 집은 비록 적은 양이긴 하나 시레기나물이 들어있다는 게 좋다.
오돌오돌, 쫄깃쫄깃한 수제비도 좋다.
다 먹은 후 밥을 볶아먹을 수도 있는데,
감자탕조차도 많이 남겼기에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수입돼지고기뼈라서 그런지 양에 있어서는 넉넉하였다.
다만 수입고기라는 이미지가 흠이라고 하겠다.
[2011.12.18]
기숙사에 있는 막내가 잠시 집에 들렀다.
저녁 먹은 후 귀사하겠단다.
점심은 집에서 먹었으니, 어디 괜찮은 데 가서 외식이라도 시켜 들여보내야겠다는 생각에
가장 좋아하는 프로인 "나가수"를 보지 못하는 것을 무릅쓰고 집을 나왔다.
도대체 어디를 가서 뭘 먹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논해도 의견이 통일이 되지 않는다.
해물짬뽕을 먹으러 가자! 부근까지는 잘 갔는데 골목을 잘못 안 것인지 결국 찾지 못하고 다른 데를 가기로 했다.
동태탕은 어떤가? 싫은데...
몇 군데 더 찾아다니다 결국 우리밀칼국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얼핏 눈에 띄는 간판, "조마루감자탕"
그래, 저 집이다. 이사했다더니 여기로 왔었구나.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새로 이사한 조마루감자탕 집을 찾게 되었다.
물어보니 옛날 두진아파트 앞에서 하던 그 사람들이 맞단다.
감자탕 집 중엔 제법 유명한 프랜차이즈점이기도 하다.
새로 이전한 곳은 연수주공1단지 뒷편이자, 연수동사무소 뒷편이다.
일요일 저녁 시간임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가격은 이전보다 각 2,000원 정도 인상되었다.
돼지뼈는 예나 마찬가지로 캐나다산. 하긴 프랜차이즈점이니 본점이 변하지 않는 한 지점이 변할 리가 있나.
상차림도 전과 동.
감자탕(중).
속을 헤집어보니 감자편, 수제비, 시래기 등이 보인다.
뼈에는 역시 전과 같은 양의 제법 넉넉한 살이 붙어 있다.
마지막으로 밥 두 공기를 볶았다.
아이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은 메뉴.
그러나 어쩌랴, 이미 먹고 난 후이니...
다음에 나올 때는 네가 좋아하는 걸 꼭 사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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