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매달, 그러니까 4주만에 한번씩 집에 오는데,
이번 주는 유경재 농사일 때문에 자기들 일, 친구 만나는 것 등 일체 하지 못하고 오늘 또 급히 오전 중에 모두 떠났다.
아이들이 떠난 후 우리 내외는 작년에 하지 못했던 일, 즉 유경재에 묘목을 좀 심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좁을 땅이라 어디 심을 데도 마땅찮아 많이 살 수도 없지만 도로쪽이 너무 허전한 것 같아
거기에 몇 그루를 사서 심어볼 요량이었다.
묘목은 유경재로 가는 길에 있는 동량의 송어횟집 그린가든과 붙어있는 조경상회로 갔다.
살구나무, 매실나무, 대추나무, 자두나무를 각각 두 그루씩 샀는데, 가격은 그루 당 4-5천 원 하였다.
역시 채소모종처럼 더 많이 심고 싶은 욕심이 일었지만
심을 데를 생각하고 욕심을 자제하였다.
대문쪽으로부터 도로변을 따라 구덩이를 여덟 개 파고 살구나무, 대추나무, 자두나무, 매실나무를 순서대로 심었다.
심으면서 생각했다.
중당(中唐)시기 유명한 산문가(당송팔대가)이자 시인인 유종원(柳宗元773-819)의 우언산문인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장안에 나무를 잘 심기로 유명한 곱사등이 곽탁타가 있었는데, 그가 심은 나무는 죽는 법이 없으며 모두 왕성하게 자랐기 때문에 장안의 부호들이 너나할것없이 그를 데려다가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비결을 물으니 그는 특별한 비결이 없으며, 단지 "나무가 자신의 본성을 따라 자랄 수 있도록 그냥 놓아둘 뿐 특별히 잘 해주는 게 없다"고 답한다.
그리고 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를 심어놓고서 뿌리가 잘 났는지 살며시 뽑아 보기도 하고 줄기가 살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무껍질을 살짝 벗겨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는 까닭은 나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그 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나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해치는 것이다"는 말을 한다.
이것이 어디 나무에만 적용되는 이치겠는가.
자식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녀들에 대해서 그렇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은 부모의 조바심이요 욕심일 뿐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일이 되지 못한다.
살구나무1
살구나무2
대추나무1
대추나무2
자두나무1
자두나무2
매실나무1
매화나무2
처음 도전하는 묘목 심기.
다가올 내년 겨울 추위를 잘 견디고 내년 이맘때쯤이면 죽지 않고 새순을 피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작년에 심었던 앵두나무 두 그루에 앙증맞고 예쁜 꽃이 피었다.
세 그루의 보리수나무.
이 놈들은 언제 꽃을 피우는지...
머위밭도 하루가 다르게 초록색이 짙어가고,
작년에 허약한 세 포기를 심었던 딸기도 두 배 정도 줄기를 뻗었고,
작년에 산에서 캐온 몇 포기 취나물도 그 길었던 혹한을 무사히 견뎌내고 이렇게 생명을 구가하고 있다.
뒤꼍의 벚나무는 기온 탓인지 다른 곳의 꽃들이 질 무렵에 이렇게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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