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지 산책이 끝날 무렵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며 분위기를 띄운다.
이런 날, 마침 점심 때도 지나가는 이 때,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이 생각난다.
그래서 차를 탄 채 몇 곳을 찾아다니다 최종적으로 차를 세운 곳,
바로 시청 앞, 삼성1차 아파트 앞 중간골목에 위치한 한 칼국수집.
간판이 명랑하고 밝아보여 좋았다.
들어서니 주인 아주머니가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TV를 보다가
놀란 듯 반겨 맞는다.
시청 앞이라 대부분 음식점들이 일요일 휴업할 정도인데다가
점심 때가 지난 시간이다 보니 놀랄 만도 하겠다.
검은콩손칼수: 4,000\
먼저 등장한 보리밥.
보리밥에 이 고추장을 반 숟갈 정도 넣어 쓱쓱 비벼 먹으니 맛이 달다.
보리쌀이지만 입안에서 상당히 부드럽다.
보리밥에 벌써 아랫배가 조금 일어나는 느낌이다.
반찬으로 나온 겉절이,
콩나물 무침.
검은콩손칼국수.
그릇이 운치를 더한다.
제법 그럴싸한 풍경이다.
보통 칼국수와는 달리 면발에 거뭇거뭇한 게 보인다.
바로 검은콩을 섞었다는 증거렷다.
화끈한 맛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겠으나,
깔끔하고 담백하며 차분한 맛이 가을비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먹기엔
절묘한 궁합인 것 같았다.
단, 평일 점심 때는 시청 사람들로 인해 주차공간은 물론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은 대비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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