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이 하루 지난 2월 18일, 충주대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학부생 43명과 대학원생 5명이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길게는 4년, 짧게는 2년, 충주대라는 무형의 울타리에서 함께 했던 떠나는 이들을 보니
만감이 뒤섞여 마음이 착잡하였다.
아쉬운 마음, 보고 싶은 마음, 장도를 축원하는 마음, 좀더 잘 대해주지 못한 후회 등등...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의 의미가 더 크다.
충주대에서 보낸 기간이 새로운 만남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조용하게 빌어본다.
연구실을 나서니 벌써 사방이 어두어져 가고 있었다.
동문으로 나와 막 달천의 둑방길로 접어들 무렵,
멀리 동산에서 뭔가 커다란 손톱 같은 게 불그스레 눈에 든다.
맞다. 어제가 보름이었지.
정월 대보름이라면 옛날에 큰 명절이었는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날짜도 잊어버리고 지나게 되었다.
그래, 어제 보지 못한 달, 오늘이라도 좀 보고 가자.
송나라 때의 대문호 소동파(蘇東坡)의 명문 <적벽부>(赤壁賦)의 첫머리에도
"임술년 가을 음력 칠월 16일에"(壬戌之秋, 七月旣望)라고 했지 않은가.
실제로 과학적으로도 열엿새 달이 보름달보다도 더 크고 둥글다고 하지 않는가.
차를 갓길에 세우고 핸드폰으로 사진에 담았다.
조금씩 떠 오르는 속도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기다렸다가 다음 사진 찍고 할 시간이 없다.
찍고 돌아서서 다시 찍어도 달이 쑥쑥 올라오는 것 같다.
드디어 모습을 다 드러내었다.
밝은 달을 보면서 좁게는 나로부터 가족, 그리고 넓게는 우리 나라 전체가 잘 풀리는 한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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