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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본능

[강릉여행] 강릉의 바다: 주문진, 그리고 정동진2

by 유경재 2019. 1. 31.

전편에 이어 강릉의 바다 풍경을 좀더 올려본다.

아들바위 구경을 마치고 빠져나오니 등대가 있는 언덕배기 쪽으로 산책로 안내표시가 있다.

소돌이란 지명은 해변의 바위 모양도 그렇고, 더욱 마을 전체의 모양이 소가 누운 모습과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나무로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느리게 걸으며 바다를 한껏 가슴에 담는다. 




[주문진해수욕장 풍경]

산책길 모퉁이를 돌아서자 활짝 시야가 열린다.


저 파도들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오는걸까?

어쩌면 태평양 가장 깊은 바다 어디메쯤에서 바다가 몸서리를 치면서 생긴 파도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제 각가 그리운 뭍을 찾아 긴 여정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파도들은 아메리카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흩어져 가고,

또 어떤 파도들은 오세아니아 대륙이나 아시아쪽으로 길을 잡았을지도...


정말 긴 여정이었을 것 같구나.


해안선에 그야말로 파상적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보고 있노라니

보지도 못했던 옛날 임진년에 왜군 선단들이 남해로 몰려드는 느낌을 받는다.


밀려오고,

바위에 부서지고,

모래에 흡수되고,

그래도 또 밀려오는 저 파도들은 어쩌면 6.25전쟁 때 압록강을 넘어 한반도를 곧바로 종단해 끊없이 내려오던 인해전술 중국의 인민해방군일지도 모른다.


장엄한 풍경이다.

넋을 잃은 채 오래 그 자리에 서 있다.

장.관.壯.觀.


갈매기가 파도군단의 지휘자인 양 우리는 모르는 날개짓으로 바삐 주위를 맴돈다.


비행, 비상.


바다는 육지와 끝내 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가.


밀려오고 또 밀려와도 바위는 미동도 없다.



[소돌항의 정박 중인 어선]

소돌이란 지명의 소자는 가축인 소를 가리키지만,

이 항구를 보니 작을 소자가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든다.


<사평역에서>란 시집으로 유명한 곽재구 시인은 유난히 포구를 좋아했다.

그는 우리나라 포구 곳곳을 다니며 그 땅에 대한 사랑을

<포구기행>과 <신포구기행>이란 책에다 담았다.

이름의 의미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는 시인의 눈에 비친 포구의 선박 이름에는 그 포구사람들의 꿈이 담겨있다고 했었다. 


소돌항 주차장과 횟집들.

예전에 찾았을 때는 방파제와 평행하게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직각으로 자리를 옮겨잡고 있다.

횟집 상호들이 한결같이 **네라는 형식이라는 게 재밌으면서도 조금은 어색하다.

이름보다도 평일이라 그런지 횟집은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집이 있는가 하면 거의 한산하기 그지 없다.

이전의 자리에서도 성업이란 말을 붙이기가 그렇더니 지금은 더해 보인다.

왜 그럴까?

분명 아들바위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말이다.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한 내 소견에는 주차장을 중심으로 횟집들 맞은 편에 자리하고 있는 어촌계 건물을 아예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지금의 컨테이너 박스 같은 커피 체험장을 발랄하고 모던한 스타일로 바꾸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문제점이 있다는 말일 것이니 그 해답을 잘 연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숙소 앞 바다로 나와 본다.

밤바다.

이제야말로 도깨비가 나올 법한 그 촬영장에는 백주의 그 연인들은 없다.


등댓불을 무색하게 하는 항구의 불빛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너는 어찌 쉬지도 않느냐.


그날밤 모처럼 달콤한 잠에 빠졌다.

꿈에 도깨비도 등장했고, 갈매기도 날고, 인어도 나타났다.

그리고 장엄하게 밀려드는 파도 군단에 깜짝 잠을 깨기도 했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뜬 후에야 자리에 일어나 강릉의 또다른 바다를 찾았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얼마 전까지는 군사작전구역이라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해변이 최근에 관광지로 개방되었다.

기암절벽 해변길을 따라 목책, 철책으로 산책길을 조성했다고 한다.

중간에 화장실이 없으니 입장 전에 다녀오는 것 필수.


입장은 정동진쪽에서나 심곡항 두 곳 다 가능하다.

정동진쪽에는 썬크루즈주차장이 평일은 무료라고 하니 이용하면 되는데,

문제는 맞은편 심곡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방법이다.

네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첫째, 부채길 끝까지 갔다가 그길 그대로 걸어서 돌아오는 방법.

둘째, 주말과 공휴일에 운행하는 순환버스 이용하는 방법.

셋째, 주말 외에는 시내버스(거의 두 시간 간격이니 미리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함)를 이용하는 방법.

넷째, 주말이건 평일이건 관계없이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 



총 거리가 2.9km.

보통 걸음으로 걸으면 편도 대략 1시간 정도.

넉넉하게 놀멍쉬멍 걷는다면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사랑도 첫사랑의 기억이 강력하듯,

바다풍경도 첫날의 기억이 너무 강하여 부채길 산책은 심드렁해진 느낌이다.

그러나

사진에는 담지 않았지만,

부채길의 해변 풍경은 해안쪽의 기기묘묘, 형형색색의 단층 바위들과

우리의 상상력을 한없이 일깨우는 바다쪽의 기암괴석과 몽돌들이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은 진실이다.

바닷가 풍경을 보면서 정말이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것이 천혜의 자연조건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잘 가꾸고, 가꾸기보다는 잘 보존해서 자손만대 오래오래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