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퉁에서 평요까지는 아직 고속철이 없다.
그래서 일반 기차를 타고 평요를 향한다.
정말이지 대평원이다.
가는 길 내내 똑같은 풍경인 옥수수밭이다.
중간중간 이들의 간식거리이기도 한 씨앗의 원료인 해바라기 밭이 양념처럼 사이하고 있다.
아마 봄 풍경은 대부분 밀밭이리라. 이 지역은 오래 전부터
벼 농사 대신 이렇게 밀, 옥수수, 메밀 등의 밭작물이 대부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갖가지 면요리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면이라 함은 우리말에서 국수라는 뜻을 넘어 가루라는 의미이다.
밀이나 옥수수 등의 가루를 가지고 온갖 모양과 맛의 국수, 만두 등의 수만 가지 요리를 개발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산서성을 중국 면요리의 중심이자, 세계 면요리의 중심이라고 하는 것이다.
기차를 타니 나도 모르게 예전 혼자 중국 기차여행 때 먹던 컵라면이 생각 나,
이렇게 다시 추억을 떠올려본다.
드디어 평요 기차역에 도착.
나중에 호구폭포를 가기 위해 임분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면,
여기가 아니라 고속철 역이 있는 평요고성 역으로 가야 한다.
미리 예약해둔,
고성 내의 한 객잔을 찾았다.
객잔의 실내 모습.
보이는 문이 욕실이자 화장실이다.
조금은 열악한 시설이지만 그래도 하룻밤은 지낼 만하다.
고성을 찾았으니, 굳이 늘 묵던 현대식 호텔이 아니라
이러한 전통식 객잔도 나름 운치가 있다.
객잔 마당이다.
마치 북경의 사합원 구조이다.
여름 한낮 풍경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객잔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한 후,
주인이 준 평요고성 지도를 들고 고성 중심가를 찾아간다.
정말 좁다.
얼마 못가 바로 번화가가 나타난다.
관풍루.
바람을 구경한다는 뜻은 아니겠지, 그럼
풍경을 구경한다는 뜻?
이 고성도 다른 데와 마찬가지로 입장권을 사면 고성 내의 여러 곳을 입장할 수 있고,
단지 거리 구경만 하려면 입장권이 필요없다.
입장권을 산 사람은 관풍루에도 올라볼 수 있다.
석양이 질 무렵의 평요고성 한 귀퉁이 풍경.
각종 먹거리가 즐비하다.
산서성의 대표적 특산품은 바로 오래 숙성시킨 식초.
거리 곳곳에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가게이기도 하다.
식초와 관련된 재밌는 중국어가 있다. 바로 츠추(吃醋)란 말로,
원래는 식초를 먹다인데, 질투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 유래를 알면 더욱 재미가 있는데,
이 지역이 본래 당 태종 이세민이 기의한 곳과도 관련이 있다.
당 태종이 아버지와 함께 당나라를 세우고, 어느날
그를 도와준 공신들에게 미녀를 첩으로 하사했다.
그런데 한 신하의 아내가 절대로 첩을 못받아들이겠다고 하자,
당 태종이 만약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사약을 마시고,
죽기 싫으면 받아들여라 라고 말하면서 검은 액체를 그녀 앞에 주니,
그녀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첩은 못보겠다고 하며 마셨다고 하는데,
마시고 보니 사약이 아니라 일부러 겁을 주기 위한 식초였던 것이다.
당태종은 그녀가 그 정도로 완강하다라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명을 거두어들였다고 한다.
그래서 "식초를 먹는다"라는 말은 곧 시샘, 질투하다는 뜻이 되었다고 한다~~
한 식당에 들러 간식을 먹기로 한다.
栲栳栳(kǎolǎolao)。
猫耳朵?
음식 이름이 지금은 기억이 삼삼하다.
두 사람뿐이라 많은 것을 맛볼 수 없었던 게 좀 아쉬웠다는 ~~
다시 고성 거리 산책하기.
서문이었던 것 같다.
바깥이 떠들썩해서 잠시 나가 보니 무슨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다시 들어오니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조명이 들어온 밤 평요는 또다른 풍경.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그래서 그런지 더운 낮보다 밤 시간에 사람들이 더 많다.
낮이 어른들의 거리였다면
밤은 젊은이, 청춘의 거리로 변신한다.
곳곳에 음악과 젊음의 열기가 충만하다.
한 카페. 이름이 특이하다.
"나는 평요에서 당신을 기다릴께요~~"
우연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평요라는 뜻의 "염우평요"
이렇듯 고성의 밤은 혹시나 하는 인연을 찾는 젊은이들의 열기로 인해 뜨겁고도 대낮보다 더 환하다.
이러한 젊음의 거리에 우리 같은 초로의 중년 부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거리의 분위기만 맛보고 일찌감치 객잔으로 귀가,
고단한 하루를 중국 어느 고성의 객잔 낯선 잠자리에 뉜다.
다음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니 친절하고 예쁜 객잔 여주인이 우리에게 아침을 권한다.
마당에 놓인 돌로 된 테이블에 간단한 아침상이 차려진다.
조촐하나마 푸짐한 아침상.
오늘은 호구폭포로 가기 위해 임분으로 향하는 날,
아직 기차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다시 어제 못다한 거리 구경에 나선다.
오전부터 각종 먹거리들이 거리에 넘쳐난다.
평요엔 와플도 유명한 모양이다.
중국의 고대 상인들로 유명한 지역은 흔히 절강성 상인을 든다.
절강성의 온주나 영파 등지에서 일찍이 현대적 경제관념을 지닌 상인들이 유명하였다.
그런데 실재로 여기 산서성 상인 역시 절강성 상인 못잖게 옛부터 유명했다.
그래서 대상인들의 저택이 아직 남아있고, 또 그들이 운영했던 현대적 은행의 역할을 했던 표국이 남아있다.
이곳은 바로 그 표국 박물관이다.
이곳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평요는 특히 소고기가 유명하다.
평요우욱.
량펀.
평요의 108종 간식 중 일부.
간간이 이렇게 고대복장 행렬을 통해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해준다.
거리 구경을 마치고 객잔으로 돌아와 체크아웃,
객잔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평요역까지[평요고성역까지는 멀어서 배웅해주지 않는다고 함] 와서,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더운 날씨 때문에
택시를 타고 임분으로 가는 고속철을 타기 위해 평요고성역으로 향한다.
이렇게 하여 1박2일의 평요고성 여행은 끝이 났다.
짜이찌엔 핑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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