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몇 년만에 모처럼 가족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12월 31일 오전부터 서둘러
첫 목적지인 강원도 양양 낙산으로 떠났다.
첫날은 쾌청한 하늘에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에 여행을 잘 보내나 싶었는데,
이튿날 잠에서 깨어 창밖을 보니 온통 은세계다.
계획했던 오색약수쪽 설악산 산행은 포기하고 주변의 낙산사를 자세히 탐방하는 걸로 대치하였다.
싼타페, 우리의 애마, 올해 참 눈폭탄을 많이도 맞는다.
그렇게 이틀밤을 자고 세쨋날은 경주 시골로 부모님을 뵈러 갔다.
가는 길 내내 제설작업으로 인한 질퍽거리는 눈길을 통과,
삼척에 이르러 해신당공원을 잠시 구경하기로 했다.
어제 내린 눈에다 구경이 끝날 무렵에 다시 눈이 내린다.
조금 내리면 서설이라고 하겠는데, 이건 눈이 아예 우리를 따라 다니는 것 같다.
공원의 저 요상한 조각들에 대해서는 여행본능에 자세하게 올리겠다.
삼척을 빠져 나와 새로 닦인 7번국도를 따라 시원스레 오는데,
울진을 넘어서자 눈은 흔적도 없다.
역시 경상도는 눈이 적은 지역이란 생각을 다시 한다.
그리고 도착한 시골, 다음날 아침이다.
간밤에 모처럼 초롱초롱 하늘을 수놓던 별을 보았었는데,
그렇게 청명하던 어제가 오늘 아침 이렇게 변하다니.
새벽부터 폭설이 내린 것이다.
본가의 위치는 경주시 강동면. 경주와 포항이 맞닿는 곳.
문제는 아침이 되어도 그치지 않는 것,
더 큰 문제는 하루종일 내린다는 것,
더욱 더 큰 문제는 저녁까지 내린 눈만으로도 경주 포항 일대가 기상대 관측 이래
최고의 폭설이라는데,
그래서 크고작은 도로, 간선이든 지선이든 모조리 막혀
차들이 꼼짝도 못하고 있다는데, 일기예보는 새벽까지 3-8cm가 더온다는 것이다.ㅜㅜ
눈들이 우리를 쫒아다닌다고 밖에...
눈을 피해 왔더니만 또 저렇게 눈을 뒤집어쓴 채 밤을 보낸다.
충주로 갈 일이 걱정이다.
큰 도로까지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마을 안길까지도 나갈 일이 태산이다.
내 경험상 아직까지 이렇게 많이 내린 눈은 겪어본 적이 없다.
경주든, 대구든, 충주든, 북경이든 간에...
정말 대단한 눈폭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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