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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와 태리 이야기

시간을 거슬러 2009년 11월: 마사토를 넣다

by 유경재 2010. 12. 13.

 가을이 깊어지자 유경재의 풍경도 점차 무채색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생명력을 뽐내던 잡초들도 사라지고, 대지는 겨울잠 준비를 하는 듯 하다.

초보농군이 처음으로 매마른 땅에 씨를 뿌렸었는데, 씨앗들은 기대보다 훨씬 잘 자라주어 기뻤던 한 해였다.

 

벌써 11월로 들어섰건만 아직 상추조차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무는 그 단단한 맨땅에 잘도 뿌리를 내려주었다.

 

그러나 이게 모두 작년(2009)의 일이다. 올해의 상추는 여름이 가기 무섭게 모두 꽃을 피우고 시들어버렸었다.

작년의 농사는 정녕 초심자의 행운이었던가.

 

이 곳 땅은 자갈이 섞인 찰흙으로 이루어져 있어 비가 와도 물이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래서 내년을 위해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를 객토하고자 여름부터 계획을 세웠었다.

어디에서 구하는가? 어떻게 운반하는가?

조경집에 물어보니 자기집 나무를 얼마 정도 산다면 덤프트럭 기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어디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우연히 용탄동 공단 조성하는 곳에 마사토로 된 산언덕을 들어내어 그것을 탄금대 유엔평화공원으로 실어나르는 공사현장을 목격했다.

바로 이거다.

공사 현장에 가서 한 차를 사기로 했다.

그러나 공사현장의 흙은 기사 임의로 다른 곳으로 빼내갈 수 없다고 했다.

어렵게 기사 한 분의 연락처를 입수해 다른 곳의 흙이라도 좋으니 제발 좀 갖다 달라고 무려 10여 일을 사정한 끝에

드디어 연락이 왔다.

가금의 마사토로 한 차에 10만 원에 갖다 주겠다고 했다.

달다 쓰다 말 할 형편이 못되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한 차의 분량이다. 

 

어떻게 밭에 고르게 펼까?

 

틈나는 대로 가족들이 힘으로 손으로 하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어서 겨울이 오기 전에, 땅이 얼기 전에 객토를 마무리해야지.

 

그야말로 전 가족들이 동원되어, 오로지 삽 하나로 객토를 하고 있다.

 

힘들고 지루할 때는 이렇게 일을 놀이 삼으면 덜 힘들다.

내년에는 배수가 잘 되는 새 땅에서 새로 심게 될 채소들이 잘 자라겠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