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틈을 내기란, 게다가 집에서 멀리 벗어난 곳으로의 여행을 하기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이래서는 안된다라는 절박감, 나를 위해 인내하고 인내하고 있는 내몸의 한계가 곧 닥칠 것이라는 위기감이 마침내 일상의 탈출을 도와준다.
그래, 무작정 떠나보는 거야. 사람에게 시달리지 않는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있는 곳으로...
그러다 보니 영동고속도로를 타기에는 차량의 정체와 주문진항의 도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겁나서 서울경기 사람들의 인적이 덜 미치는 삼척을 택하게 되었다.
충주를 지나, 제천, 영월을 지나니 태백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태백으로 들어가기 전 만나는 고개, 두문동 터널이 바로 앞이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두문동재 정상에 난 터널.
별로 힘들게 오른 것 같지도 않고, 그다지 높이 올랐다는 느낌도 들지 않건만 여기가 월악산, 팔공산 정상의 높이와 거의 같다고 한다.
그럼 이 부근에 주차해두고 등산을 하면...1500미터 높이도 거뜬할 것 같은데.
이제부터 태백시까지는 내리막이다.
먼산에 희미하게 풍력발전기도 보인다.
여전히 내리막길.
태백시를 지나 삼척으로 향한다.
몇 년 전 겨울, 삼척여행을 떠나서 폭설로 인해 통리재 아래에서 집으로 뉴턴하여 돌아간 적이 생각난다.
다시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한다.
삼척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는 도중에 스마트폰으로 삼척맛집을 검색하여 늦은 점심을 먹는다.
(맛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 블로그 전국맛집 게시판 참조)
해물탕 대자 주세요.
운 좋게 한가한 오후 시간에 찾았다.
큼지막한 산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해물탕.
삼척에 도착하자마자 포식.
정라진항이라고도 하는 삼척항을 찾는다.
삼척항의 한가로운 어촌 풍경.
방파제.
튼튼하고 길다.
강태공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한가로와 보인다.
끔찍한 명칭.
공동작업장이라고 하면 안될까요?
해안풍경에는 어울리지 않는 동양시멘트 공장?도 보인다.
방파제 아래 넓은 공간에는 그물 손질이 한창이다.
등대까지 가보자.
맞은편 해안을 자세히 보니 해안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언제 기회가 닿으면 한 번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정말 튼튼한 방파제다.
등대까지 그야말로 한가로이 한바퀴 산책을 한 후 숙소를 찾아나선다.
삼척항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모텔.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면 뭐하랴. 일단 들어가 보자.
모텔파라다이스(자세한 내용은 본 블로그 여행본능 참조).
모텔이 모두 바다전망 객실인데, 그 중에서 6층에 방을 정하고 조금 쉰다.
바다쪽 넓은 유리문의 좁은 발코니를 통해 흐린 동해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아~시원하다.
이런 맛에 주말만 되면 차가 막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기를 쓰고 동해로 동해로 밀려드는 것인가.
이색적인 어촌 마을 풍경.
밤에 보면 어떨까.
이제 저녁 식사를 위해 삼척항 활어회센터를 다시 찾았다.
늘어선 횟집 중 끝집.
주인할머니의 마음씨가 좋아 보이고, 무엇보다도 입구쪽보다 가격이 싸다.
(자세한 내용은 본 블로그 전국맛집 참조)
해삼과 광어.
입쪽에서 봤을 때 눈 두 개가 입 왼쪽에 있으면 광어, 그 반대편이면 도다리라고 하는데...
막상 물어보면 비슷하게 생긴 다른 이름의 생선도 많다고 한다.
세 마리에 만 원하는 오징어.
자연산 멍게.
회를 떠서 숙소로 돌아와 강원도 막걸리와 소박한 듯 사치스러운 만찬을 즐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출은 일기예보를 통해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잔뜩 찌푸린 뿌연 날씨에 하늘과 바다의 경계조차 허물어져 있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
파도는 끊임없이 바위에게 사랑을 고백해대고...
대충 짐을 정리해 해장을 위해 시장을 찾았다.
삼척중앙시장.
시장 안쪽에는 먹을 만한 식당이 없어서 길가의 한 해장국집으로 들어간다.
간단하게 선지해장국으로 쓰린 속을 달랜 후.
삼척시장에는 뭐가 있는 지 잠시 구경을 나선다.
잘 정비되어 있는 시장 안.
1층의 어물전.
도루묵이 풍년이다.
다 사고 싶다. 그러나...
꽁치, 골뱅이, 도루묵만 샀는데도 제법 무직하게 두 손에 들린다.
시장 구경, 쇼핑을 끝내고.
충주로 돌아가는 길, 삼척의 경계를 벗어나기 전에 하장이란 곳에서 열리는 두타산산나물축제를 덤으로 구경한다.
곤드레가 가득하다.
축제장.
아침 먹은 지 얼마되지도 않지만 산나물축제장에서 어찌 산나물 맛을 보지 않으리오.
이른 점심을 곤드레밥과 산채비빔밥으로 대신한다.
그렇게 망중한의 1박2일의 삼척여행은 기분좋은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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